오는 6월 20일(토), 건양대학교 콘서트홀 무대에 오를 <오페라마 : 인생사용 설명서> 이 작품의 중심에는 바리톤 정 경이 있다. 그의 이름은 이미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논산아리랑>을 통해서다. 바리톤 정 경은 국악 명창 지현아와 함께 <논산아리랑>을 불렀고, 해당 음원을 글로벌 플랫폼에 출시하며 지역의 노래를 세계 무대로 올려놓았다.
고향의 노래를 세계의 언어로 번역해낸 이 예술가가, 이번에는 <오페라마>라는 더 큰 무대를 통해 다시 한 걸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크다
■ 클래식계의 BTS, 무대와 객석을 잇다
정 경은 흔히 ‘클래식계의 BTS’로 불린다. 이는 단지 대중적 인지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보이지 않는 예술의 장벽을 허물고,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묶어내는 소통의 능력이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은 정 경을 두고 “그가 창출해 내는 콘텐츠는 어떤 형식 속에서도 관객에게 감동과 울림을 전하며, 진정한 소통을 이끌어낸다”고 평가했다. 특히 “철저히 관객 중심적인 콘텐츠를 통해, 딱딱하고 어려운 클래식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게 만드는 힘은 정 경의 ‘오페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이주경 부사장 역시 “정 경의 오페라마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것들을 연결해 전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이라며, “산업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작품을 ‘상품’으로 완성해내는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악가이자 기업 임원, 방송인, 교수, 작가 등 정 경의 삶은 단일한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그는 늘 경계 위에서 질문하고, 연결하고, 실험해 왔다.
■ 이탈리아의 오페라, 미국의 드라마… 그리고 대한민국의 ‘오페라마’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바리톤 정 경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왜 우리는 늘 서구의 예술 형식을 그대로 수입해 소비해야 하는가?”
그는 이탈리아의 '오페라'와 미국의 '드라마'를 융합해 대한민국 고유의 장르 ‘오페라마(Operama)’를 탄생시켰다. 문화적 조공이 아닌, 우리 스스로 정의하는 예술 장르를 갖는 것. 그것이 예술가 정 경이 설정한 종착역이었다.
그가 말하는 ‘오페라’는 단순히 이탈리아식 성악극이 아니다. 무용, 미술, 음악, 문학 등 인류가 축적해 온 기초 예술 전체를 의미한다. ‘드라마’ 또한 미국식 영상극에 국한되지 않는다. 록, 재즈, 블루스, 힙합 등 포스트모더니즘 음악까지 아우르는 현대 대중예술 전반을 가리킨다. 오페라마는 이 두 장르의 특징을 결합해, 지금 이 시대 관객의 언어로 재구성한 장르다.
■ “바다를 담은 소녀”, 제주 해녀를 노래하다
정 경의 예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은 제주 해녀 프로젝트다.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해녀들. 그 존재는 단순한 직업을 넘어, 자립과 생존, 투쟁을 통해 공동체를 지켜낸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정 경은 ‘제주 해녀’와 ‘일본 해녀(아마)’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조직적인 지원 아래 아마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현실을 접하고 결심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힘을 보태자.”
그는 해녀를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었다. 직접 작사에 참여해 ‘속곳’, ‘숨비소리’ 같은 해녀 고유어를 가사에 녹여냈다. 작곡은 세계적 작곡가 Adas Aldo에게 맡겼고, 앨범 제목은 해녀의 삶을 상징하는 <바다를 담은 소녀>로 정했다. 수중 사진작가이자 해녀 전문 사진작가 Y-jin의 작품과 함께 앨범은 세상에 나왔다.
정 경은 ‘해녀’라는 이름 아래, 예술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그리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던 모든 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기적 같은 결과가 뒤따랐다.
2016년 11월 30일,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확정.
그는 “3년에 걸친 해녀 프로젝트는 뉴욕 카네기홀 독창회, 미국 순회 리사이틀, 텍사스 공연으로 이어졌다”며, “특히 제주 해녀를 연기한 무용수 이은선 교수와 함께한 뉴욕 카네기홀 무대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라고 회상한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지역’, ‘틀’, ‘성별’이라는 편견을 넘어서게 한 힘은, 어떤 이념도 아닌 순수한 예술의 힘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 예술을 경영하다, 예술로 연결하다
박인건 국립중앙극장장은 정 경을 “단순히 초청받아 노래만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예술을 직접 연결하는 ‘커넥터(connector) 아티스트’”라고 정의했다. 정 경 스스로도 '오페라마'를 하나의 예술경영 실험으로 규정한다.
“기초 예술에는 인문학적 감동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그것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식 속에 갇혀 있다.”
그는 묻는다. “대중문화와 경쟁할 수 있는 예술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그의 연구이자 실천이며, 현재진행형 과제다.
2012년 4월, 대한민국 최초의 클래식 뮤직비디오 <La danza>가 공개됐을 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모든 미디어의 음악 차트를 장악하던 시기에도 잠시나마 멜론 차트 1위에 오른 장면은 그의 실험정신을 상징한다. 그는 이를 두고 “예술 세계를 지배하는 방정식은 ‘예술성 = 정신력 × 헌신’”이라고 말한다.
“예술의 본질은 고통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넘어 희열과 환희가 있기에 예술은 다시 태어난다.” 이 믿음이 그를 다시 무대 위로 밀어 올린다.
■ 그리고, 김홍신을 만나다
이 모든 여정을 거쳐 정 경은 올 여름 <오페라마 : 인생사용 설명서>로 관객을 만난다. 문학과 인생, 질문과 성찰을 무대 위에서 연결하는 작업. 이는 김홍신이라는 한 작가의 삶과 이 시대에 전하는 철학을 노래하는 동시에, 정 경 자신의 예술관을 집약한 무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대는 자연스럽다.
정 경이 이끌고, 김홍신의 질문이 울리는 무대.
<오페라마 : 인생사용 설명서>
그 만남만으로도, 이 여름이 설레기에 충분하다.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