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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초대석] 내고향젓갈 은유경 실장 “넘어지지 않는 청년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청년의 이야기”
기사입력  2026/01/05 [12:50]   놀뫼신문

 

논산시 강산동. 이곳에는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젓갈의 본질을 지켜온 기업, 내고향젓갈·내고향식품이 자리하고 있다.

19604월 설립된 고향상회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2007'내고향젓갈'으로 새롭게 출범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식품기업으로 도약했다.

내고향젓갈은국내산 원재료만을 고집한다. 원칙은 단순하지만, 지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수입산 원재료가 범람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내고향젓갈은 맛의 정직함식품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2014년 특허 5종을 출원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고, 2015년에는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모든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제조·가공 시스템에서 생산되며, 금속탐지기와 고주파 실링 포장 공정을 통해 이물질 없는 위생적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명실상부 국내 젓갈 제조업계의 기준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안정적이고 탄탄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은유경 실장은, 그러나 안주라는 선택지를 스스로 지워버린 인물이다. 그녀는 지금, 백절불굴의 투지로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호 [표지초대석]이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패하지 않는 청년이 아니라, 실패 이후에도 다시 일어나는 청년의 이야기'.

 

▲ 내고향젓갈 은유경 실장     ©

 

 

논산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꿈을 키우다

 

은유경 실장은 논산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건양대학교에 진학해 치위생학을 전공했다. 전공만 놓고 보면 현재의 길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녀는 일찍부터 사람의 삶과 건강, 그리고 일의 가치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그녀는 더 넓은 세상과 현장을 경험하고자 내고향젓갈의 문을 두드렸다. 입사 이후 맡은 업무는 마케팅, 홍보, 기획 등 기업 운영의 핵심 영역이었다. 제품 하나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 브랜드가 신뢰를 쌓는 방식, 지역 기업이 살아남는 전략을 현장에서 체득해 갔다.

업무 경험이 쌓일수록 그녀의 시야는 개인의 역할을 넘어 지역과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가 어떻게 사회로 환원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청년 창업이라는 큰 그림

 

은 실장이 그려온 그림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그녀는 청년 창업자를 발굴하고, 이들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공유 오피스, 공동 제조시설, 네트워크 기반 협업 구조 등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장에서 보고 느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구상이다.

은유경 실장은 자신의 일에 분명한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공익적 목적과 개인의 신념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연결해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내는 힘을 지녔다. 여기에 트렌드를 읽는 감각, 무겁고 진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더해진다.

다년간 관련 업종에서 경험을 쌓으며 그녀는 무모한 도전이 아닌 계산된 도전을 준비해 왔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사전 검토, 실행력을 담보하는 계획,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그녀의 무기다.

 

좌절의 순간, 그리고 배움

 

그러나 모든 도전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은 실장 역시 뼈아픈 좌절을 경험했다.

지난해 11, 그녀는 지역 기업의 수출 및 해외 진출을 위한 KY-Global Business Support Desk 설치 및 운영이라는 아이템으로 입찰에 도전했다. 충남도 내 수출 유망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수출 계약·MOU·상담회 등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며, 글로벌 산학협력을 통해 국내 내수 기업들의해외 경험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제안서의 완성도는 높았다. 그간의 실무 경험과 네트워크, 현장 이해도가 녹아든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절차에서 발생했다.

입찰 서류 제출 당일 아침, 그녀는 보증보험증권 제출항목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계약 단계에서 제출하는 서류라는 선입견에 세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던 것이다. 급히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 입찰서류 제출처로 향했지만, 도착 시각은 오전 11시를 넘긴 뒤였다. 마감 시간 경과로 서류는 접수조차 되지 못했다.

 

다시 일어서는 힘, 백절불굴

 

그 순간의 허탈함은 컸다. 그러나 은유경 실장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이 경험을 실패가 아니라, 창업가로 성장하기 위한 점검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넘어졌다는 사실보다, 왜 넘어졌는지를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삶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유다.

은 실장은 “2026년에는 1인 가구를 위한 양념 젓갈 소포장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뒷받침할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녀는 이미 20251120,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젓갈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건강과 기능성을 결합한 젓갈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이다.

더 나아가 그녀는 청년 창업자를 발굴·모집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동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구상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성장하는 창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논산에서 시작되는 또 하나의 브랜드

 

골목양조장’, ‘유가네닭갈비’, ‘도누랑국밥’. 지역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장한 청년 창업 브랜드들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리고 병오년을 맞은 올해, 논산에도프로바이오틱스 발효 젓갈이라는 이름이 더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유경 실장의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다.

확정된 성공담도, 화려한 결과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그녀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도전하지 않는 청년이 아니다. 넘어졌어도 다시 일어나는 청년, 그 자체로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표지 인물이다.

 

▲ 내고향 젓갈 전경     ©놀뫼신문

 

 

- 전영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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