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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건고 도서부 문학관나들이] 뚜벅이 때 좀더 열리는 문학의 문
기사입력  2025/12/23 [13:05]   놀뫼신문
 

 

 
대건고 캠퍼스 중간에 하상관이 있다. 그 건물에 도서관이 있고 소장돼 있는 책이 4만 여권이다. 사서 교사 혼자 관리할 캐파가 아니다. 하여, 독서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도서관 관리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다. 대건고 도서부원은 총 34명이지만 1~2학년이 주로 활동하는데, 이 동아리 이름은 “하상관지킴이”.  정하상은 정약용의 조카인데, 책을 굉장히 좋아했던 분이라서 하상관이고, 그 하상관지킴이다. 
 
 
한두 시간쯤은 걸어서 문학관행
 
지난 20일 토요일 대건고 도서부 학생 13명이 사서교사와 함께 김홍신문학관을 찾았다. 점심 먹고 나서 출발, 학교 건너편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시골길 10여리, 차로 오면 7분거리련만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오니, 한 시간 반이 훌쩍 넘었다. 인가 없는 논두렁을 지나니 까치밥이 반기고, 탱자가시담장이 정겨움을 더했다. 이윽고 시골집과 별장의 공존, 공동묘지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파트 숲....
 
대장정 후 도착한 김홍신문학관에서는 1시간 정도 머물렀다. 1층 인간시장관, 2층 대발해관에 이어 3층 올라서는 원고지에 글쓰기. 옥상 전망대에서는 사진찍기에 바빴다. 집필관으로 이동해서는 국내 최대의 징을 치며 전도양양을 기원했고 김홍신 작가 사택까지 둘러보았다. 김홍신 작가가 대건 선배이기도 해서 누린 호사는 김홍신 저서 각 1권으로 이어졌다. 
 

 

  

마당에 나와서는 즉석 야구 즐긴 후, 저녁치고는 이른 4시쯤 찾아간 곳은 먹자골목 식당. 걷는 데 에너지 소진하여 급 허기가 찾아온 탓이다.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포만감 만끽 후 생략할 수 없는 참새방앗간은 볼링장! 왁자지껄 한바탕 즐긴 후, 왔던 길 되짚어서 기숙사로 되짚어가니 예정시각인 7시 정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도서부원끼리의 단합대회 겸 떠나는 이 문학기행은 올해로 두 번째다. 작년은 5월 15일 스승의날에 소금문학관을 다녀왔다. 차량 소통이 별로 없는 논산천 뚝방길을 택하여 걸어갔다. 2시간여 걷는데 비가 왔지만 상관 없었다. 얘기하느라 삼삼오오 이합집산 반복 과정에서 때론 달리기도 해가면서 줄기차게 걸어간 하루였다. 문학관 다 둘러본 후에는 뜨끈한 짬뽕과 따신 차 마시기, 볼링장 찾아가 볼링치기! 어른들이 봤으면 비 맞은 후유증 걱정에 귀가 서둘러 종용했겠지만, 다음날 19명은 언제 그랬냐는 듯 쌩쌩! 
 
그때 고1였던 학생 중 일부는 고2가 되어서도 걷기를 자청하였다. 올해 걷는 날에도 비가 오니마니 하여서 우산은 준비했다. 한번 펴보지 못한 우산은 야구배트로 용도가 바뀌었고, 허연 비닐 한 뭉치는 둘둘 말려 야구공으로 변신하였다. 이런 고딩 소풍날, 이들의 사전에는 ‘과보호’나 ‘입시경쟁’ 같은 단어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느리게 걸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문학관에서는 해설 도중 언제고 걸어가기만 하는 “좀머씨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이들이 피크닉 마치고 돌아가서 쓴 일기 중 특기할 대목은 역시 걷기다. 
 
“오후 1시 30분경 학교를 출발해 약 한 시간 반 동안 걸어 김홍신문학관으로 이동했다.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사랑하는 하상관 친구들과 그동안의 못다 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경험이었다.....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주변 풍경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었다. 시간에 쫓기듯 움직이던 평소와 달리, 걷는 시간 속에서 서로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고, 단합대회라는 취지에 걸맞게 공동체로서의 유대감도 점차 깊어졌다.” - 2학년 김도윤
 
“동아리원과 소통하며 도보로 걸으며 이동하니 몸도 마음도 보람차고 기억에 남는 답사였다. 매일 학교에서 있던 나에게 힐링할 수 있는 즐거운 하루였다.” - 2학년 정에녹
 
“처음 가보는 길목과 낯선 골목들을 지나며 만난 우리 지역의 풍경을 눈에 담고 느끼며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 1학년 박준승
 
  

▲ 문학관 2층 발해관에서     ©

 

▲ 문학관 별관인 집필관에서 기원의 타징     ©

 

  
온몸으로 맞닥뜨리는 문학세계 
 
걸어걸어 힘들게 도착해선지 문학관에서 머무는 동안의 각자 느낌도, 평소와 달라보였다. 
 
“김홍신문학관은 중학교 때 한번 가본 적 있기에 별 다를 것이 없을 줄 알았다. 평소 가던 길이 아니라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마을길로 가서 그런지 ‘이런 곳도 있었나?’ 하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논산에서 17년, 대건만 4년째 다니고 있는데 아직 생소한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문학은 세상의 향기다>라는 김홍신 작가님의 말씀과, ‘향기는 상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보며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져야겠다.”-1학년 김기혁
 
작년에 방문했던 강경 소금문학관에서는 강경이라는 공간 자체가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문학이 글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삶 속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김홍신문학관 도보 문학기행에서는 “문학이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사람의 삶과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다. [인간시장], [대발해] 같은 대표 작품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전시 설명과 자료를 통해 어떤 주제와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 김다윗
 
“관계자분의 친절하고 깊이 있는 설명 덕분에 놓칠 뻔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2학년 정에녹
  

 

(참고로, 기자는 대건고가 있는 등화동에서 생강마을 강산동~소나무마을 남산리~먹골 내동 길을 사전 답사하여서 권하였고, 문학관에 들어와서는 해설을 맡음.)
 
- 이진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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