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시 대실지구 농소리 1017번지 일원, 한때 '계룡의 미래'로 불리던 구 이케아부지는 이제 시민들 사이에서 '분노의 땅'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대형 유통시설 유치를 통한 상권 활성화, 인구 유입, 도시 확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 땅은 이케아 철수 이후 3년 넘게 방치되며, 계룡시 도시정책과 행정 신뢰를 가늠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남아 있다.
특히 대실지구 주민들에게 구 이케아부지는 단순한 개발부지가 아니다. 계룡시의 랜드마크이자 관문으로 생활권의 중심이자 도시 기능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었지만, 현재는 개발 실패와 특혜 논란, 책임 회피 논쟁이 뒤엉킨 '행정의 블랙홀'이 돼버렸다.
2022년 3월, 이케아 계룡점 철수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계룡시장 후보(최홍묵, 김대영, 이기원, 이응우 등)들은 일제히 "대형 유통업체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관계기관 협의, 대체 사업자 발굴, 행정 지원 등 표현은 달랐지만 메시지는 같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케아 철수 이후 구 이케아부지는 더오름이라는 민간사업자에게 넘어갔고, 계룡시는 '행정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사실상 관망자 역할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응우 시장을 비롯한 많은 계룡시장 후보들은 그동안 방관과 침묵에서 벗어나 너도나도 앞다퉈 대실지구 해결 방안에 대한 공약을 제시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그동안 대실지구 진행 사항과 여론조사 및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대안을 제시해 본다.
■ 구 이케아부지, 문제의 출발점은 언제였나
[이케아 진행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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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 대실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변경
- 2016년10월 : LH & 이케아, 계약 체결(29,460평, 353억 원)
- 2018년12월 : 대실지구 국토부 준공검사 및 공사완료 공고
- 2020년 9월 : 유통시설용지 분할(이케아, 더오름 동반업체)
- 2021년 6월 : 복합쇼핑몰(더오름) 건축허가 신청
- 2021년 7월 : 복합쇼핑몰(더오름) 건축허가 완료
- 2021년 8월 :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 신청
- 2021년 9월 :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 완료
- 2022년 3월 :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 취소신고서 접수
- 2022년 7월~9월 : 더오름 평당 120만 원 두 필지 모두 매입
더오름이 평당 120만 원의 특가로 구 이케아부지인 농소리 두 필지를 모두 매입했다. 당시 공시지가와는 710억 원, 실거래가와는 1,400억 원의 차액이 발생해 특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 시점부터 구 이케아부지는 사실상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시민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시장 거래로 보기 어렵다", "사실상 특혜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룡시는 이 거래 구조와 과정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 매입가의 2.5배 대출, PF 구조의 위험 신호
이케아 사업 철수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었던 더오름은 부지를 353억 원에 매입하고 86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는 매입가의 2.5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더오름은 'PF자금 조달'을 위한 '브릿지론'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은 "사업 실체에 비해 과도한 차입"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결국 더오름은 뚜렷한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부지 경‧공매라는 파국적 결말을 향해 나아갔다.
[공매 현황]
2024년 9월 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시흥세무서(농소리 1017, 1017-1번지 40여억 원의 국세 및 지방세 체납)의 의뢰로 ‘농소리 1017번지’에 대해 공매를 공고했다.
2024년 10월 17일부터 12월 2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되는 공매는 1회차 최저가가 837억(감정평가액 837억5천6백만원, 평당 568만원)으로 책정되었으며, 6회차는 50% 감액되는 418억원(평당 284만원)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유찰되었다.
‘더오름’은 최초 2019년부터 ‘농소리 1017-1부지’에 대해서는 ‘500억 원’, ‘농소리 1017부지’에 대해서는 2022년부터 ‘360억 원’의 <브릿지론>을 새마을금고 42개 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금으로 초기사업비를 충당하고, 향후 본 PF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2022년 10월 발생한 춘천 레고사태 이후 PF시장의 환란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공매 처분에까지 이르렀다.
계룡시도 2024년 3월 11일 지방세 5억 원에 대해 압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지원했다"는 계룡시, 그러나 시민은 묻는다.
그간 계룡시는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는 없었다.
◇2022년 10월 26일
이응우 시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케아 사태의 문제해결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진 이케아와 더오름의 시설물에 대한 보행자 통로와 주차장 공용사용 문제가 어느 정도 합의에 도출된 것으로 안다"면서, "더오름이 이케아 부지를 승계받아 개발하려고 LH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월 16일
계룡시는 더오름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과 권한의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이응우 시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더오름이 계룡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를 조속히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30일
계룡시의회 김미정 의원이 제168회 임시회에서 [이케아와 더오름 그리고 계룡시의 역할]이란 주제로 5분 발언을 진행하며 이케아 사태에 대해 "계룡시장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져 물었다. 특히, "계룡시와 더오름의 진행 사항이 철저하게 브라인드되는 것은 무엇을 감추기 위함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24년 1월 30일
2024년도 면‧동 연두순방에서 이응우 계룡시장은 "이케아 문제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은 사안이고 제가 취임 이후 인수위때부터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는 사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더오름이 고금리 등으로 자금사정이 안 좋은 걸로 파악이 되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더오름과 미팅을 통해서 진행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 사안은 어떻게 보면 저희 시에 사활이 걸려 있는 사안이다. 그래서 주민들께서 염려하지 않게끔 저희 공무원들도 많은 문제의식과 소명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고, 행정적으로 저희들이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지원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시민들의 시선은 달랐다… "도시가 먼저다"
이런 상황에서 본지는 2024년 10월 23일~24일 양일간에 걸쳐 계룡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구 이케아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시민과 행정의 시선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룡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설
Q. 귀하께서는 현재 계룡시민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시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병원 등 보건의료시설 : 29.1%
2.영화관 도서관 등 문화시설 : 17.4%
3.공원 및 광장 : 13.9%
4.체육관 수영장 골프장 등 체육시설 : 11.0%
5.노인케어 재활 등 노인복지시설 : 10.7%
6.장난감 백화점 아동놀이 공간 등 아동복지시설 : 9.6%
7.잘 모르겠다 : 4.8%
8.기타 다른시설 : 3.4%
◇구 이케아부지 경‧공매 진행 여부 인지
Q. 귀하께서는 농소리 구 이케아부지 두 필지가 각각 공매 및 경매가 진행 중인 것을 알고 계십니까?
1.모른다 : 38.1%
2.잘 알고 있다 : 32.6%
3.들어는 봤다 : 29.3%
◇선호하는 구 이케아부지 개발 용도
Q. 현재 농소리 구 이케아부지는 유통시설 용지로만 사용토록 되어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농소리 구 이케아부지를 향후 어떤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 계룡시민들에게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1.문화‧체육, 광장‧공원, 놀이시설 : 28.8%
2.기존의 유통시설 용지 : 28.8%
3.공공시설이 포함된 공동 주택용지 : 14.6%
4.기타 다른용도 : 11.4%
5.업무시설 용지 : 9.0%
6.잘 모르겠다 : 7.4%
◇구 이케아부지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공매 및 경매 방식
Q. 귀하께서는 농소리 구 이케아부지 두 필지의 공매 및 경매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이 계룡시를 위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계룡시에서 매입 : 42.0%
2.다른 업체에서 경매 취득 : 20.0%
3.기존 업체 더오름에서 사업 추진 : 19.9%
4.잘 모르겠다 : 7.7%
5.기타 방식 : 6.9%
6.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 3.5%
■ '분노의 땅'을 신뢰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현재 구 이케아부지는 '유통시설용지'로 지정되어 있다.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면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는 개발 이익, 특혜 논란, 초과 이익 환수 문제 등이 동시에 동반하는 고위험 행정 절차다.
그럼에도 계룡시는 여론조사, 시민공청회 등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태컷 방조만 하던 계룡시가 선거를 앞두고 뒤늦은 연구용역과 선심성 공약에 나선다면, 이는 또 다른 불신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구 이케아 부지는 특정 기업의 실패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계룡시의 가장 아픈 현안이자 도시 정책의 신뢰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기에 향후 대규모 개발을 어떻게 관리하고 위기 상황에서 어떤 원칙으로 행정을 운영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해법은 분명하다.
시민에게 묻고, 정보를 공개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선 장기적 도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후보들이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이를 평가하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일 것이다.
'분노의 땅'이 또 하나의 선거용 구호로 소비될 것인지, 아니면 계룡시 '도시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