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관광지보다 한 걸음 느린 속도로, 지역의 삶과 이야기를 곁에서 들여다보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감각 있는 여행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발간하는 체험형 여행 콘텐츠 ‘요즘여행’이 네 번째 테마로 ‘소도시 여행’을 공개했다.
▲소규모 로컬 체험 여행 ‘남해 외갓집’(경남 남해) ▲묵호, 걸으면서 즐기는 항구 소도시 여행(강원 동해) ▲시간이 느려지는 꼬부랑길, 슬로시티 대흥(충남 예산) ▲바다와 유자향이 머무는 곳 ‘고흥스테이’(전남 고흥) ▲‘천천히, 깊이’ 담양 창평에서 보낸 1박 2일(전남 담양) 등 총 다섯 곳. 이 중 골목, 시장, 전망대, 로컬 숍이 모두 걸어서 30분 안에 이어지는 컴팩트한 여행 동선 덕분에 ‘뚜벅이 천국’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동해 묵호항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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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투어_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묵호항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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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호를 걷고, 사진 찍고, 마지막은 바다 앞 라면 한 그릇
‘뚜벅아, 라면 묵호 갈래?’는 묵호 골목을 걸어 탐방하고, 여행 마지막에 바다를 바라보며 라면을 끓여 먹는 특별한 투어 프로그램이다.
개별적으로 코스를 도는 포토투어, 가이드와 함께하는 단체 투어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며 참가비는 모두 1인 1만 원. 예약은 동해 DMO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포토투어는 스탬프 북을 들고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며 사진을 모으는 방식. 묵호역 인근 '바나나스테이션'과 독립 서점 '잔잔하게'에서 스탬프 북을 찾아 든 순간,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황색 카메라를 이용해 기념 사진을 남기면, 출력된 사진을 스탬프 북에 붙이는 소소한 재미가 쌓인다.
다음 목적지는 '연필뮤지엄'. 세계 각국의 연필 3,000여 종을 전시한 국내 최초 연필 전문 박물관으로, 흑연이 연필이 되는 과정과 유명 작가들의 애용 연필을 만나볼 수 있다. 4층 카페 ‘해당화가 곱게 핀’에 오르면 묵호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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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투어_감열지에 흑백으로 인쇄되는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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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투어_'뚜벅아 라면 묵호 갈래'의 시작점인 묵호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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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투어_향기 관련 굿즈가 많은 바나나스테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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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화했던 발한삼거리, 시장, 청년몰… 그리고 벽화로 이어지는 골목
여행 동선은 자연스럽게 발한삼거리 일대로 이어진다. 탄광 산업이 전성기를 맞던 시절 묵호에서 가장 잘나가던 상권이었으며, 지금도 오래된 간판과 벽의 결에서 과거의 흔적이 묻어난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옛 검역소를 개조한 지역 미술관 ‘갤러리 바란’이 불쑥 나타나는 것도 흥미롭다.
이윽고 도착하게 되는 곳이 '동쪽바다중앙시장'. 실제로 지역 주민들이 장을 보는 생활형 시장으로, 수산물·농산물·간식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인근 청년몰 ‘싱싱스’는 묵호의 청년 창업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111호 프로젝트’에서는 사진 기반 굿즈와 로컬 콘텐츠를 판매하며, LP 음악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여행자들의 쉼터 역할도 한다.
시장과 청년몰을 지나면 묵호 여행의 하이라이트 논골담길이 이어진다. ‘남편과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 못 산다’ 문구 아래 놓인 장화 화분, 오징어와 명태를 나르던 지게 그림 등 골목 곳곳의 벽화가 묵호의 노동과 삶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골목을 따라 오르면 묵호등대가 묵호항을 내려다보며 여행객을 맞는다.
등대에서 내려와 10분 정도 걸으면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 삼본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라면 먹을래요?”라는 명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장면이 탄생한 바로 그 계단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예의다.
투어의 마지막은 덕장마을 ‘문화팩토리 덕장’. 묵호태(황태)가 말려지는 마을답게 라면 체험에는 문어·묵호태 보푸라기 등 지역 해산물 토핑이 랜덤 제공된다. 자동 조리기로 라면을 끓여 2층 테라스에 앉는 순간, 여행자는 이제 ‘손님’이 아니라 ‘묵호의 하루를 산 사람’이 된다.
해가 질 무렵 바다를 붉게 칠하며 라면 김이 피어오르는 장면은 SNS 인증샷 명소이자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체험 종료는 오후 6시, 늦어도 오후 5시 이전 도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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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골담길_논골담길 정상부에 자리한 묵호등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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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골담길_묵호의 옛 풍경이 그려진 논골담길 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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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투어_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 삼본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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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째비골스카이밸리_짜릿함을 선사하는 스카이사이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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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호에서 더 놀고 싶다면 — 스릴과 미식까지
논골담길 옆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묵호의 또 다른 인기 명소다. 해발 59m 스카이워크를 중심으로 스카이사이클, 자이언트 슬라이드 등 체험형 액티비티가 마련되어 있다. 길 건너의 해랑전망대에서는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미식도 빠질 수 없다. 문어탕수육·문어짬뽕으로 유명한 중화요리 맛집 '거동탕수육', 3명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장칼국수 깊은 맛의 노포 '오뚜기칼국수'. 문어의 식감과 해물 육수, 고추장 베이스의 향토 음식까지 묵호가 품은 바다의 맛이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 여재민 기자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