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꾸로 백제사에서 “우리 역사의 정통은 고구려 아닌 백제”라고 주장하는 서승 재야사학자 ©
|
가을은 축제다. 논산에서는 강경젓갈축제를 비롯한 대형축제와 노래 위주의 페스티벌이 주종을 이루지만, 문학문화 쪽의 향연도 찬연하다. 9월로 거슬러가 보면, 13일 와초 박범신 문학제가 강경산 소금문학관에서 열렸다. 논산문학제는 20~30일 논산문화원 일대에서 개최되었다. 작가와의 만남은 논산 5개 도서관이 시시때때로 갖는데 27일에는 원태연 시인과의 만남이 연무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넌 가끔가다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딴 달인 시월로 넘어가서, 대추문화축제가 열린 첫날 17일, 색다른 인문학 강좌가 눈길을 끌었다. 연산문화창고가 김홍신 작가의 독무대가 되었는데, 김 작가는 24일 돈암서원에서 열린 사계인문학대축제에서도 특강을 이어갔다. 30일은 논산문화원이 펼친 논산문화의날이었다.
글로컬대학 건양대의 인문학
가을이 증발한다고 하지만 올해는 11월까지 꽉 채운 감이다. 8일에 열린 논산시평생학습축제때 도서문화제도 첫 선을 보였다. 열린도서관과 시민가족공원 일대에서 펼쳐졌는데, 논산시 평생학습도서관 외에 국립특수교육원,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등도 합류하였다. 14일에는 논산이야기대회가 논산문화원에서 꽃피웠다.
가을 갈무리 행사들은 안팎으로 북적였다. 이에 비해 다소 조용하게, 내실있게 진행된 프로그램들도 꽤 된다. 시민아카데미로 진행되던 명사초청특강은 시민행복 명사특강으로 개명하였다. 올해 상반기에 모신 명사는 이금희 아나운서이고 특강제목은 “한마디 말로, 우리는”였다. 고명환개그맨·작가는 “365일 가슴 설레며 일하는 법”을 공유했고 유튜버 박위는 “고난 속에서 알게 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논하였다.
2012년 시작된 여성자치대학은 2023년 ‘행복문화대학’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문호를 개방하였다. 강사진은 주로 건양대 교수진으로 경제·인문·문화탐방 등 종합 교양과정으로 진도를 나갔다. 계룡시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9~12월 운영 중이다. <YES! 계룡 시민대학> 계룡시가 건양대학교 평생교육원과 협력하여 이끌어간다. 커리 중에는 타로인문학, 뷰티인문학, 디지털시대 자산관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건양대학교에는 박범신 문학콘텐츠연구소도 있다.
백석문화대학교의 문예행진곡
올 가을, 논산에서 건양대학교 못지않게 두각을 나타낸 학교가 있다. 천안의 백석문화대학교다. 강경젓갈문화축제 때 백석문화대학교 라이즈 사업단은 창작 뮤지컬 ‘황산벌’을 메인무대에서 공연하였다. 여기에는 논산문화관광재단, 한국예총논산지회가 협력하였는데, 계백장군 역은 백석대 연기예술학과 학생이 맡았지만, 무대 위에는 논산 시민들도 있었다.
|
▲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동참하는 축제 사례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
|
|
▲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동참하는 축제 사례 (시흥 배곧신도시) ©
|
[시민관광 축제관광 아카데미]
논산문화관광재단과 함께한 프로그램으로 특기할 것은 시민관광 축제관광 아카데미다.
9월 25일에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로 전국 명성인 인재진 총감독을 초청하여 민관이 협력하여 성공으로 이끈 사례를 제시하였다. 최근 당진시 면천면에 살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낸 ‘또봄면천’ 축제이야기도 곁들였다.
10월 30일에는 이재원 감독을 초청하여 원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누구나 대형무대에 올라가 춤추게 하는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사례를 들었다, 국내 최대의 거리 퍼레이드형 축제 사진을 보여주면서.
11월 5일에는 시흥시 배곧신도시 주민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해안초소 문화사업을 성공리에 완수한 정영선 방송작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이 모두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축제,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논산의 관광축제”가 목표였다.
[논산문협, ‘논산축제, 계절을 담다’]
이 세 강의는 모두 김홍신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문인협회 논산지부 회원들도 김홍신문학관에서 세 차례 모였다. 8월 27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22일 『논산축제, 계절을 담다』 출판 자축회로 그 결실을 맺었다. 한국문인협회논산지부와 논산문화관광재단, 백석대학교 라이즈사업단의 합작품이 선을 보인 것이다.
10월 18일에는 김중일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특강이 있었다.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처방 토크”에서 김 교수는 구로공단 시절을 회상하며 “이미지와 상상력으로 ‘나’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시’쓰기”를 조단조단 풀어나갔다.
‘논산축제, 계절을 담다’ 단행본이 펼쳐지는 자리에는 『논산문학 제33집』도 함께 선보였다. 두 책 공통으로 시의 비중이 적지 않았고, 그날 한 자리에서 공유된 회원들 저서도 시와 수필이 주종을 이루었다.
|
▲ 문인협회 논산지부 회원들의 개인 작품집 ©
|
|
▲ 문인협회 논산지부 회원들이 공동으로 펴낸 『논산축제, 계절을 담다』 ©
|
[논산시민 인문콘서트]
2025 올 가을 논산은 시 풍년 같다. 백석대가 주최한 또 하나의 문학잔치 “논산시민 인문콘서트”는 총 네 편의 완행열차였다.
문학으로 물든 논산 『시와 낭독으로 만나는 감성의 길』1호차 운전대는 9월 11일 나태주 시인이 잡았다. “시를 통해 헤아리는 삶의 지혜”가 연산별당에서 펼쳐졌다.
2호차 운전석에는 16일 박아르마 교수가 앉았다. ‘뮤지컬로 읽는 문학 작품’에서 박 교수는 『노트르담 드 파리』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이어 비단강문학회가 나서서 입체 시낭송으로 문학관을 뮤지컬 무드로 바꾸었다.
25일, 제3회차부터는 논산 시민 인문콘서트 『작가의 목소리와 노래로 만나는 삶의 울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시가 되는 순간’ 즉 노래가 된 시들을 손미 작가가 소개한 연후, 권선옥 문화원장이 ‘내 마음의 책’을 바통으로 받았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이해하려는 용기입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마지막 4회차 대추축제가 열리는 10월 17일, 김홍신 작가가 연산문화창고 앞에 섰다. “문학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공유하기 전에 싱어송 라이터 배성수가 문을 열어주었다. 『겪어보면 안다』에서 발췌한 내용 스몰 토크와 함께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곁들이면서....
김홍신문학관의 백제사 스페셜
김홍신 작가의 141번째 책이자 시집으로서는 두번째인 『그냥 살자』는 10월 24일 한국디지털문인협회가 김홍신문학관을 찾은 날, 한국문학관협회장인 김종회 교수가 리얼한 시평을 선사해 주었다. 김 교수의 김홍신 작가&작품세계에 대한 시청각적 해설은 문학관 3층 문학전망대에 전시중이다.
|
▲ 북 소월, 남 목월, 中都 ‘용래’로 불리는 논산출신 박용래 시인은 강경상고를 나왔다. ©
|
11월 김홍신문학관 자체의 인문학 강좌도 이어졌다. 19일에는 전 대전문인협회장 권득용 시인이 “문학의 꽃으로 피어난 러브 스토리”를 들고 나왔다. 9월 손미 시인은 ‘시노래(노래가 된 시들)’의 대표격으로 ‘개여울’의 김소월, 박인환, 윤동주, 서정주, 백석 순으로 전설적인 시와 그 노래를 들려주었다. 11월 권득용 시인은 논산 시인으로 박용래, 정훈, 김관식을 조명하였다. 북 소월, 남 목월, 中都는 ‘용래’라 하였다. 눈물과 정한의 서정시인 박용래(1925~1980)는 현재 논산 아닌 대전문학관에서 100주년 기념 예우를 받고 있다. 어쨌거나 문학 러브스토리는, 멋들어진 상남자 백석 시인에 이르러 정점에 달하였다.
|
▲ 독자의 질문에 도전심으로 답하는 박작가 ©
|
김홍신문학관의 인문학강좌는 21일 역사스페셜로 이어졌다. 전주문화원장을 연임했던 재야사학자 서승 강사는 역사 Q&A로 진행됐다. “거꾸로 백제사”라는 타이틀로 논산 일대의 고금 백제사를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으로 진행한 것이다.
서승 원장은 10월 17일 문학관에서 특강을 한 바 있었고, 이번에 한번 더 연장을 한 케이스다. 첫회에서 서원장은 우리 역사의 맥이 고구려 아닌 백제로 이어져 왔다고 주장하였다. 고구려는 해모수의 쿠데타로 탄생한 나라지만, 백제는 단군왕검을 적통으로 승계한 부여 일족이 세운 나라라서 그러하다는 설명이다.
2회째는 문답 도중 연오랑과 세오녀, 도미설화 등 문학적 소재도 등장하였다. 와중에 백제가 660년 부여 사비성 함락으로 완전 사라진 걸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일본과 중국을 주름잡던 백제인들은 여전하게 살아서 오늘날까지로 이어져왔다는 현실을 환기시켜 주었다.
고전에 강한 논산과 한유진 아카데미
11월 문학관 강좌는 서혜정의 낭독교실, 김은/박효은의 AI강좌로 이어진다. 논산에서 실용교육은 기관별로 다양하다. 논산시 평생학습도서관(lllcity.nonsan.go.kr) 외에도 남부평생학습관, 논산시청소년청년재단, 논산시종합사회복지관, 논산문화원, 건양대학교 평생교육원, 15개 읍면동 주민자치회, 내로라는 마을학교 등등 배움터는 다양하다. 고전 교육도 강한데 공자의 논어, 중용, 주역, 그리고 일부 김억의 정역 등 고전을 쉽게 풀어서 강론하는 개인들도 좀 된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는 선비강좌를 주1회씩 연다. ‘대학강독’은 매주 수요일 이후영 송양정사 훈장이, 『성학십도』는 매주 월, 이치억 공주대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올 가을 한유진에서 진행한 인문학 관련 강좌는 다음 표와 같다.
백제고토 회복과 K-시조의 복원
한국잡지협회에서는 작년에 문화기행을 시작하였다. 첫번째 공주 나태주풀꽃문학관을 필두로 벽제 김영진문학관, 양평의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양구 인문학박물관(이해인·김형석·안병욱)을 찾은 이들은 논산 딸기축제 때 김홍신문학관을 찾았고, 이어서 『김홍신의 대발해』를 실감코자 속초시립박물관 ‘발해역사관’도 찾았다.
|
▲ 건양대에서 한국어 배우는 학생들의 김홍신문학관 나들이(소풍) ©
|
논산에서 문화탐방은 문화원은 물론 ‘행복문화대학’ 등 여러 기관에서 한다. 계룡시민대학에서는 최근 군산의 근대화거리를 다녀왔다. 얼마 전 부여문화원 충남학 수강자들은 논산의 김홍신문학관과 종학당 등으로 논산한바퀴를 했다. 문학관이 두 곳 이상이어서 논산을 찾는 문학관련 팀들은 백제권인 부여 신동엽문학관과 공주 풀꽃문학관으로 문학여행 파이를 키우기도 한다.
11월 15일 전주 독서마라톤완주자들은 오전에 김홍신문학관을 찾았다가 오후에는 강경산 소금문학관에 도착하였다. 가수 이솔로몬의 공연도 곁들인 박범신 작가의 북콘서트 타이틀은 “갈망의 3부작”. 이 자리에서 박 작가는 “평탄한 인생도 좋지만,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평지풍파를 일으켜 한번쯤 패가망신을 각오해봄직도 하다”며 청년작가다운 도전심을 뿜어냈다.
인문학의 진수는 책으로도 접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양수겸장일 터. 인문학은 돈이 안 된다는 게 사회 전반의 분위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일침이다. 승자에 의하여 지워진 역사에서 편린 하나하나씩 찾아 반세기 이상 헤맸다고 토로하는 서승 원장이 기자시절 초기, 멘토로 삼은 분이 신채호란다. 기자생활 시작하면서 과거를 모르니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없어서 역사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서원장은 각종 고문서 해독뿐 아니라 현장 확인차 중국, 일본 곳곳 역사의 현장을 누벼왔다고 술회한다.
|
▲ 충남 지역에서 시조문학 선도해가는 김광순 시조시인이 ‘그 딸기밭’을 읽으며 ©
|
어디, 역사 분야만 그러하랴. 현대 문학은 시, 수필 편중 현상이 심하다. 우리 민족의 운치인 시조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올해 논산에서 주목할 문인이 하나 있다. 대전에서도 활동하지만, 논산 출신으로서 올해 제1회 논산문학상을 받은 김광순 시조시인이다. 20대 일찍이 신춘문예 등단하여 이제 대표작인『새는 마흔쯤에 자유롭다』는 시조집은 타임캡슐에 들어갈 세종나눔우수도서이다. 하버드대의 맥캔(D. McCann) 교수는 시조를 ‘가장 한국적인 전통시(poetic form)’라 극찬하였다. 영어 시조집도 출간한 그는 K-문학의 예언적 길라잡이다. 논산에서 시조 열풍을 기대하며 『논산축제, 계절을 담다』에 실린 김광순 시조 “그 딸기밭” 후반부를 불러온다, 만장일치로.
(전략)
스무 살 정점에서 잇따라 머물다간
어미소 잔등 위로 영화처럼 머물다간
올해도 그 딸기밭이 만장일치로 익더라
-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