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곧 브랜드> 맛있는 내러티브
식당이나 점포의 진정한 품격은 매장의 크기나 매출 규모가 아니다. '이야기' 즉 맛있는 내러티브가 그 핵심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맛있는 내러티브로 쌓이면서, 공유되고 전파되며 대중과 상호작용하여 점점 더 강한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곧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엄사리의 특별한 내러티브, '꼬막과 친구들’
게룡시 엄사리에 자리한 ‘꼬막과 친구들’은 그 자체로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손님들과 주인장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고, 사람 냄새와 따뜻한 철학이 담겨 있다. 매장의 크기나 매출 규모로 평가받는 식당이 아니라, ‘꼬막’이라는 특별한 재료와 함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맛있는 내러티브가 그 중심에 있다.
운영자인 이웅희·김혜진 부부의 이야기는 ‘꼬막과 친구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 서울에서 태어나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작곡 실력까지 겸비한 공학도인 이웅희 대표와 충북 영동이 고향인 피부미용 전문가로 활동하던 김혜진 대표는 20년 전 부부의 연을 맺고, 4년 전 엄사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이 부부가 생면부지의 작은 마을 엄사리에서 식당을 열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꼬막은 덤, 친구가 본심’… 상호에 담긴 깊은 의미
이웅희 대표에게 상호명에 대해 묻자, 그는 뜻밖의 철학적 대답을 들려주었다.
“꼬막에 소스를 부으면 식사가 되지만, 소주잔을 부딪치면 친구가 됩니다. 그래서 '꼬막은 덤이고, 친구가 본심'입니다.”
이 한마디는 이곳이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 곳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함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된다.
‘맛있는 내러티브’가 시작되는 공간
‘꼬막과 친구들’의 매력은 단순히 음식 맛에 그치지 않는다.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는 말을 실현하듯, 플레이팅(Plating)에서부터 손님을 사로잡는다. 음식을 대하는 진지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은 이웅희 대표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식사는 눈으로 시작됩니다. 목구멍과 혀의 두치 사이를 거치는 찰나의 순간에 ‘맛있다’와 ‘맛없다’가 결정되죠.”
이 부부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주문부터 요리, 플레이팅, 서빙까지 각 단계에서 철저히 역할을 나눠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웅희 김혜진 대표는 “손님이 한 끼 식사를 통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정성과 진심을 느끼길 바란다”며 식당 운영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꼬막과 남해의 풍미를 담아낸 대표 메뉴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꼬막비빔밥'과 '꼬막무침 삼합'이다. 신선한 꼬막과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재료들이 맛과 비주얼 모두를 만족시킨다. 여기에 '해물세트', '산문어 숙회', '짬뽕밥', '멍게비빔밥' 등은 마치 남해 바다를 엄사리에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웅희 대표는 “재료의 신선함이 메뉴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며 철저한 재료 관리가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메뉴인 '서울식 소불고기'는 옛날 불고기의 정취를 그대로 재현해 향수를 자극한다. 부부는 매출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재료를 신선하게 유지하며 손님들에게 최상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며, 최근 계엄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번 겨울은 세월호와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어요.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엄사리에서 피어난 따뜻한 우정과 나눔
‘꼬막과 친구들’은 낯선 땅 엄사리에서 시작되었다. '자신감과 의욕 하나로' 도전을 시작한 이 부부는 이제 단골 손님들과 ‘꼬막은 덤이고, 친구가 본심’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손님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작은 마을 식당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단순히 자신들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서민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라는 이웅희 대표의 말처럼, 그들의 바람은 온전히 손님과 이웃을 향해 있다.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되고 경제가 회복되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한다.
‘꼬막과 친구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아니다. 이곳은 손님과 주인장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공간이다. ‘꼬막’이라는 특별한 재료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따뜻한 관계를 쌓아가며, 작은 공간에서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곳. 엄사리를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 할 특별한 곳임에 틀림없다.
(꼬막과 친구들, 엄사면 번영로 63, 전화 : 042- 840- 5552)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