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범이는 구장님의 말에 그게 아니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붙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아 불에 탄 원두막 재 덤이 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기범이는 재 덤이 속으로 들어가서 동순이의 시체를 찾아 봤다. 그런데 동순이의 시체는 보이지가 안했다. 누군가 벌써 와서 동순이의 시체를 가지고 간 흔적만 있었다. 재 더미 속을 헤집고 돌아다닌 발자국들이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발자국이었다. 기범이는 전주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오셔서 마을 사람들이 보기 전에 동순이의 시체를 걷어 가지고 가서 어디다가 묻어줬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기범이는 동순이의 시체마저 보지 못하고 돌아서 오자 마음은 더욱 슬프고 안타까웠다. 내가 시신이라도 찾아서 묻어 주고 싶었는데, 냇둑으로 올라서니 선희와 윤경이가 와서 기범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범이는 선희와 윤경이를 보자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기범이는 집으로 돌아오자 자리에 누워 다시 앓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선희와 윤경이는 기범이 옆에 앉아 있었지만 어젯밤 동순이가 불에 타 죽었다는 말들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들을 받은 것이다. 기범이 어머니께서는 길게 한숨만 내쉬셨다. “그 못된 것, 그렇게 죽고 말다니-” 선희와 윤경이도 그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서로 만나게 그냥 놔둘 것을 그랬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선희는 아침을 먹고 학교로 갔고, 윤경이는 기범이 옆에서 간호를 했다. 기범이는 아침나절 정신없이 앓고는 점심때 자리에서 일어나. 윤경이에게 말했다. "윤경아 나와 같이 어디 좀 잠깐 다녀오자 ". 기범이는 윤경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와 전주 집 할머니네 집으로 갔다. 전주 집 할머니 한 테 가서 동순이 시체를 가져갔는지 가져갔으면 어디다가 묻어 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전주 집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집에는 아무도 아니 계셨다. 기범이는 헛간 앞에 세워 논 지게 위에 황토 흙이 묻어있는 삽 한 자루를 봤다. 금방 땅을 파다 묻어온 흙이었다. 전주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순이의 시체를 어디다가 묻고 오신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기범이는 그것을 보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 왔다. 동순아! 너는 정말 영영 내 곁을 떠나고 말았구나? . 가슴이 미여왔다. 기범이는 속으로 통곡을 하며 외쳤다. 누가 이 전쟁을 일으켜서 이 가슴에다 못을 박았느냐고 동순이가 박고 떠난 못은 너무도 깊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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