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예전에 모임을 많이 할 때 들었던 건배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뜻으로 사람과의 인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직업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필자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과는 오랫동안 그 인연이 이어졌다. 사람 냄새는 인간다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태도나 분위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그 속에는 그 사람의 인품과 배려, 사랑이 담겨있다.
구순을 바라보는 필자의 은사님과 10살 아래인 후배 E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은사님은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며 본이 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누구에게든 존댓말을 하시는데,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도 필자의 관심사를 잊지 않으시며 관련 정보를 링크해 주시고 칭찬과 격려의 양념도 듬뿍 얹어 주신다.
후배 E 역시 에너지가 좋다. 쉽게 말 못 하는 인생 상담이 그녀에게는 가능하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진짜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두고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되어, 성장을 돕는 바로 인향만리의 관계라 할 수 있겠다.
이와는 반대로 향기가 없는 사람을 만나게도 된다. 시간이 지나면 향기가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보지만 무색무취다. 마음을 전달해 보지만 이어지지 않고 관계 단절만 빨라진다.
한 일간지 기고문에 실린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향기가 없는 사람은 타인보다 자신만을 우선하는 이기적 행태의 삶을 살아왔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이에게는 인생을 논하며 살아갈 벗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된다. 아마도 이런 부류들은 스스로 외로운 사람이라는 인식도 자각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아도취에 심취해서 본인만이 향기 나는 사람으로 착각한다. 특히 나이 들고 권세에서 멀어지면 더더욱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라고 일침 했다. 그러면서 “향기는 단시간에 생성될 수 없다. 오랜 시간 주변을 배려하고, 따뜻한 인성을 가지면서 도덕적 규범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해 왔을 때 은근한 향기가 자신도 모르게 배어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만나면 기분 좋고 매사에 다정다감한 사람들이 있다.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고급 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향기롭고 사람의 마음까지 변화시키는 스마트한 에너지까지 장착했다. 바로 인향만리의 사람인 것이다.
▲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라이프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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