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초대석 : 윤기형 연무읍번영회장]
‘더 큰 논산’보다 ‘좀더 따뜻한 논산’ 되었으면
- 정년 후 코로나로 지친 독거노인들 찾아다니며 말벗 -
윤기형 연무읍 번영회장이 올 겨울 환갑을 맞이한다. 61세가 되는 생일 환갑은 ‘태어난 해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회갑, 화갑(華甲), 주갑(周甲)이라고도 한다. 천간과 지지를 합쳐서 60갑자가 되어, 태어난 간지의 해로 다시 돌아왔으니 회갑(回甲)이다.
윤기형 번영회장은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2018년 1월, 30년 간 근무했던 강경농협을 정년 퇴임했다. 그는 퇴임 후 더욱 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경로당이 문을 닫고 한글대학 등 어르신들의 활동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때, 나홀로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이 걱정된다.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 심경으로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돌아보며 말벗도 해주는 윤기형 번영회장을 만나본다.
본인 소개부터 해주시죠~
저는 소띠로 올 12월이면 환갑입니다. 연무에서 태어나 연무초등학교와 연무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대전에서 나왔습니다. 충남대 농과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했지요. 대학원은, 건양대에서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넷입니다. 대전에서 중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는 아내, 그리고 미혼인 딸 둘입니다. 집사람과 저는 연무 안심1리에서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어요. 큰 애가 대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이라 주중에는 집사람이 큰 딸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죠. 둘째 딸도 인천 소재 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딸들만 보면 의료가족 같아요^
우리 부부 취미는 여행입니다. 외국여행도 좋지만 국내 섬 여행을 특히 즐깁니다. 코로나19 이전에 다녀온 통영 사량도와 소매몰도 등대섬의 해안절벽, 하얀등대, 쪽빛바다, 기암괴석 등의 비경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코로나 이후 어떤 일에 주력하는지요?
3년전, 30년간 근무한 강경농협을 퇴임하면서 제2의 인생을 보람되고 뜻깊은 일들로 설계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학하였고, 내년 2월이면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자격을 획득합니다.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의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하면서 여의치 못하더군요. 함께 일하고 웃고 먹고 즐기던 일상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평온한 일상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 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지요.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자수는 2021년 10월 7일 기준으로 총 2,544명입니다. 작년 1월부터 코로나가 시작되었다고 계산하면 한 달에 약 120명꼴로 하루에 4명씩 사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2019년 국내 자살률을 보니, 그 열 배를 육박하더군요. 한 달 평균 1,150명, 연간 13,799명이 사망하였습니다. 하루 평균 38명으로서 시간당 1.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입니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우리나라가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24.6명이 자살로 사망합니다. 이는 OECD 평균 사망률 11.0명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특히 80대 이상의 고령층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67.4명으로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리의 어르신들이 홀로 외로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본인이 맞이한다는 것이야말로 처참한 비극입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수가 늘어가는 것은 하루하루 두려움을 갖고 지켜보잖아요? 그런데 하루 38명꼴로 시간당 1.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거 같습니다. 일상화된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죽음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우리 논산시도 예외가 아니더군요. 2019년 한해 37명이 자살 사망하였습니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자수는 14명으로 전체 자살률의 37.8%에 해당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주위에 계신 어르신들의 자살사망에 대하여 두려운 마음으로, 좀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어떻게 하면 노인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자살의 주요 원인은 ‘건강’ 아니면 ‘경제적 문제’입니다. 주위 어르신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표정이 달라지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죽고 싶어”, “더 이상 사는 것이 의미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경우도 있고요, 평소 아끼던 물건 등을 주변사람에게 나눠 주거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거나 대화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험한 자살 징후이니, 이런 때는 특히 더 주의깊게,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선, 이상 징후가 보일 때는 논쟁이나, 충고, 훈계 등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악화시킬 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징후가 나타나는 어르신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共感)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입니다. “어르신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인전문가들은 한결같은 조언입니다.
어르신 자살의 대부분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혼자”라는 사실입니다. 시간 나는 대로 찾아보면서, 불안한 감정과 우울감을 줄이고, 잠을 푹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려야 합니다.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은 줄이고,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제가 어르신들 말벗으로 나서는 이윱니다.
우리가 사는 논산이 어떤 도시, 어떤 마을이 되면 좋겠는지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화 사회라고 합니다. 논산은 2021년 8월말 기준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27.4%로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사회 부담은 커집니다. “고령인구 비율이 1% 높아지면 그만큼 국내총생산 GDP는 약 0.97% 감소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더 큰 논산’을 만드는 것보다 ‘더 따뜻한 논산’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봅니다. “고독의 반대는 사랑”이라고 백세가 넘으신 노철학자 김형석 박사는 말했습니다. “사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깊은 고독을 느끼는 법이며, 얻을 수 없는 사랑을 품은 이가 누구보다도 고독해 지는 것”이라고 갈파했습니다.
늙음은 언젠가 누구에게나 찾아오잖아요? 늙는다는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위축될 일도 아닙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청장년 세대에 존경받아 마땅하고, 여생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어르신들의 지팡이를 건설 자재로 사용했습니다. 이제라도 어르신들을 좀더 자주 돌아보고, 존경하는 마음과 따스한 눈길로 반기면 좋겠습니다. 나의 노년이 대접받는 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내가 어른들에게 하는 것을 지켜보고, 그대로 따라합니다.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