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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사람들이야기] 샘골 천동리에 흐르는 인정의 샘
기사입력  2021/09/24 [11:20]   놀뫼신문

|논산사람들이야기| 

샘골 천동리에 흐르는 인정의 샘

 

 

 

한 할머니가 광석면 천동리에 10여년 살았다. 가족 없이 생활보호대상자로 쭉 살다가, 얼마 전 논산 개나리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촌에서 살다가 시내로 가니 아는 사람도 없고 깝깝하기만 하였다. 어느 날 한동네 살던 이웃에게 전화를 했다. “나 여기 아파트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어. 뛰어내리고 싶을 때도 있고 그래.” 

7월초, 이런 전화를 받은 천동1리 임 모 여사는 마음이 아렸다. 시내 아파트로 이사 가서 잘 됐다 싶었더니만, 저토록 외로움에 시달리다니ㅜ  ‘천동리로 다시 들어가 살고 싶다’는 말을 듣고 부녀회장을 찾아가 상의했다. 천동리는 논산~공주 23번 국도에서 왼쪽 마을이다. 천동1리는 도로에 가까운 상가거리(가촌 街村)고, 안쪽으로 진입하면 2~4리가 집촌(集村)으로 단정하다. 1리 소척마을은 삼계탕으로 유명한 ‘샘골가든’ 일대로서, 시골인데도 빈 집이 없었다. 

빈집 찾아 2리로 들어갔다. 장마비 맞으며 찾아낸 빈 집은 문제가 있는 집이었다. 거기 살던 사람 짐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이사비용을 줘야 빼간다는 것이다. 문 열고 들어가니 사람 들어와 살림할 상태가 아니었다. 도배 장판도 그렇고 싱크대도 낡은 상태였다.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이거 저거 신경 쓰기 싫다. 세입자가 직접 해결하고 들어와 살든지, 아니면 집 안 내놓고 그대로 놔두겠다’는 반응이었다. 

 

▲ 이웃의 도움을 한씨 할머니가 새 둥지를 튼 천동2리 주택(트럭 오른쪽 가운데집)     ©

 

 

물이 샘솟는 동네 천동(泉洞) 샘골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샘골 아낙들은 갈등이 됐다. 포기할 거냐 말거냐 기로에서, 한동네 함께 살던 언니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이사비용 80만원은 임여사가 지불하자 전 세입자는 짐을 빼갔다. 도배장판 문제를 해결하고자 면사무소 찾아가니, 시청 담당부서를 알려준다. 간곡히 청하여 100만원어치는 손을 대주었다. 예산상 미진한 부분은 지인에게 연락하여 ‘저렴하게 해달라’ 부탁, 30만원 정도를 추가 지출했다. 이 돈은 부녀회장이 담당했다. 

남은 것은 싱크대! 일단 공사 벌였다 하면 돈 백은 기본으로 들게 마련이다. 마침 천동1리에 가구 공장이 하나 이전해 왔다. 부녀회는 용기를 내서 공장문을 노크하였다. “미안하지만 동네에 어려운 분이 계셔서 그러는데, 재료값만 받고 공사해주시면 안 될까요?” 현장을 방문한 싱크대 사장은 쿨하게 답했다. “같은 동넨데, 이 정도는 그냥 해드려야죠!”

세 가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낸 부녀회는 고마움에 광석면 주민자치회장을 찾아갔다. 가서 이야기를 나누니 “아, 그 싱크대 공장 사장님요~?”  광석자율방범대에서는 매년 어려운 집을 한 곳씩 선정, 집수리 봉사를 해오고 있다. 작년에는 사월리 어느 집 싱크대를 전면 교체해주었는데, 이런 사업이 가능한 것은 그 싱크대 공장대표의 의지가 있어서라고 들려주었다. “세상에 요즘 이런 사람이 어디 있대? 이런 일은 신문사에도 알려야 돼.” 본지에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때였다. 

추석 연휴 시작되는 날, 기자는 전화 없이 무작정 출동하였다. 동네한바퀴 돌다보면 싱크대 공장도 나올 거고 할머니 사는 집도 알게 되리라는 심산으로 내비에 ‘천동1리마을회관’을 입력하였다. 천동농협사거리 농협 주유소와 자재센터가 있는 동네로 쑥 들어가서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전형적인 농촌마을과 달리, 천동리는 새 집이 많았다. 말구렁고개 등 구릉성 산지마다 교회가 우뚝이고, 옆마을인 왕전교회도 지척지간이다. 

 

 

 

동구 밖에 기차 정거장, 언덕 위에 하얀 예배당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동네서 제일 큰 집이었죠

조영남이 부른  ‘내고향 충청도’는  ‘Banks Of The Ohio’의 번안곡이다. ‘최진사댁 셋째딸’도  ‘The Snake’ 번안곡이라는데, 700여 명이 밀집하여 사는 천동1~4리는 동서고금(東西古今), 동양과 서양,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예전에 동네마다 담장은 주로 탱자나무로 하였는데 천동리 고샅길 탱자는 요즘 노란색으로 탱탱하다. 한울타리, 감이 주렁주렁한 그때 그시절 시골이 여전하다. 

이런 고즈넉 풍경에 이끌려 왕전리, 이사리까지 가보았으나 공장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부녀회장 댁으로 전화해보니 논산 시내쪽이란다. 삼계탕으로 유명한 샘골가든, 명가삼계탕이 있는 소척마을 입구를 뒤로 한 채 노성쪽 안동네로만 들어갔던 것이다. 2층에 살림집 겸하는 공장 1층 사무실은 가구공장여서인지, 인테리어 센스가 돋보이는 아늑한 분위기였다. 커피 한 잔에 응접실은 돌연  업체탐방 모드로 전환되었다. 

 

 

 

새 건물인데 언제 이사 왔는지요?

올 봄에 이전했습니다. 성동면 원봉리에서 10여 년 하다가 왔고요. 그 전에는 은진에 있는 ‘푸른가구산업’에서 직원으로 10여 년 근무하다가 독립한 경우입니다. 고등학교 실습때 김포가구공장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20여 년째 가구 한 우물만 파왔습니다. 이 마을 어디를 파도 샘물이 솟는다 해서 샘골, 천동(泉洞)이라 부른답니다. 내 고향 광석, 그 중 여기 천동리가 나로서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입니다.

 

상호가 예스민가구산업인데, 논산스러워 보입니다만?

가구브랜드라면 한샘, 일룸, 리바트 등등을 꼽잖아요? 10년 전 그들의 성장 못지않게 논산사람인 저도 가구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논산의 브랜드 예스민을 앞장세웠습니다. 우리 예스민은 주방가구, 사무용가구, 인테리어가구 등을 맞춤에서부터 제작, 설치까지 하는 토탈가구업체입니다. 아파트의 경우 싱크대, 붙박이장, 신발장을 세트로 하는데 견적은 보통 800에서 1000만원 선입니다. 아파트나 원룸 공사는 물론, 근래에는 각종 자격을 갖추어서 공공기관, 학교 같은 관급공사로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장에는 4명, 사무실에는 저와 집식구 2명 해서 총 여섯 명입니다. 우리 같은 공장이 논산에 20여 곳 정도 있고요, 충남으로 봤을 때, 우리 공장이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도 해요. 어쨌거나 ‘예스민’ 가구산업은 ‘논산’의 약진을 향해 오늘도 한걸음씩 전진해 가고 있습니다. 

 

사세 확장일로에 영업비밀이 뭔가요?

마케팅에 비밀 같은 것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굳이 말하라면 정직(正直)이라고 봅니다. 제 이름이 조정구입니다. 명함에 ‘정직한 가구’라고 적었습니다. 앞글자 ‘정’ 뒷글자 ‘구’를 조합해 본 건데, 내가 설정한 목표와 철학에 최대한 근접하려고 애를 써봅니다. 시골집에서도 싱크대 의뢰가 들어와요. 200만원선 얘기해서 방문해 보면, 굳이 그렇게 안 들여도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어머니, 100만원만 들여도 멋지게 해드릴 거니까요.”  자제분들이 집에 들렀다가 공장까지 찾아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기도 해요. 아마, 본인 집도 인테리어 공사 해봤고 시세를 아니까 그러겠지요^ 사업을 하니까 200만원 견적에 맞추고 싶은 욕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예스민가구산업 조정구 대표 부부     ©

 

우리처럼 불쑥 찾아오는 손님도 있는지요?

가구산업 간판이 붙어 있으니까 ‘문짝 경첩 같은 것도 있겠구나’ 싶은지, 이래저래 들르는 분도 계세요. 천원짜리 경첩은 동네에서 돈 받기도 참 그래요~ 어느 날 노부부께서 찾아오셨어요. 철물점에는 경첩 25개에 5만원 지급했다면서 극구 돈을 내시려 하시기에 웃으면서 그랬죠. ‘혹 나중에 공사 있으면 견적이나 내게 해주세요.’ 그런데 정말 연락이 와서, 요즘 연산에서 그 공사중이랍니다. 

영업 의도를 깔고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결과가 그리 될 때도 있더란 거죠. 성동 있을 때도 그랬고요, 광석방범대가 좋은 일 한다고 하길래 나도 광석사람이고, 의미 있는 일에 동참시켜 주신다는 마음에 연말이면 “고맙습니다” 소리부터 하고 일을 시작합니다요^ 이번 동네일도 제 마음이 동해서 흔쾌히 OK한 건데, 이렇게 찾아까지 오시니 참말로 멋쩍네요.

 

논산로타리클럽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사회적 활동은?

로타리클럽은 창업하면서 가입했으니까 10년 정도 된 거 같아요. 봉사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작든 크든 주어진 범위에서, 무슨 날 정해놓고 연중행사로 한다기보다 커피 한 잔, 돈 안 드는 웃음 등등 일상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요. 할머니가 ‘너무너무 고맙다’면서 가끔씩 들르세요. 마늘, 양파 같은 걸 챙겨갖고 오시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답니다. 

 

 

 

조정구 대표와 미니 인터뷰 후 공장을 나서서 오늘의 주인공인 한씨 할머니집으로 향하였다. 외출중이었다. 단촐한 주택인데, 부녀회장과 통화를 해보니 내부는 대부분 해결되었고 지붕에서 비가 조금씩 새는 문제만 남았다고 한다. 살림살이는 결국 돈이겠기에 돈 문제를 꼬집어서 물어보았다. “아, 개인적으로 지급했던 돈요? 아파트 보증금이 백여 만원였는데  이사 오면서 그 돈 빼자마자 여기 들어간 돈부터 갚으시더라구요. 이사 비용으로 내주었던 80만원도, 단열재 벽지값 30만원도 다 돌려주었어요.” 눈치를 보아하니, 이 돈들은 돌려받을 생각을 안 하고 지출했던 것 같다. 

대출조건이 안 맞는 고객이 있었다. 우연히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게 된 은행직원이, 그 돈을 자기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내어 빌려주었다. 떼일 여지도 다분했는데, 두 달 후 그 고객은 돈을 갚으면서 ‘이자는 얼마 주면 되겠는지’도 묻더란다. 이 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삼계탕 미담사례가 이 가구공장 바로 이웃 지척지간임에 공간마저 오버랩된다(본지 2021-01-27일자= 길가에서 넘어진 할머니 정성스레 모셔다드린 샘골가든 이야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여라’는 기원이, 2021 계룡산 달빛이 온누리에 은은하다.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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