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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뫼단상] 텃밭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1/07/19 [13:47]   놀뫼신문

 


한 우물만 파면서 정신없이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도심의 번잡함을 피해 여유롭고 한적한 전원으로 이사 온 지 1년 남짓 되었습니다. 조용히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면서 자칫 무료할 수도 있는 생활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것은 이웃들과 함께 하는 작은 텃밭입니다. 작은 텃밭에 감자랑, 고추, 오이, 고구마 따위를 심고 거두면서 무언가를 키우고 거둔다는 작은 기쁨을 맛보며 삽니다. 

그런데 일년 여를 지내면서 텃밭은 단순히 농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기능적인 공간이 아니고, 내게는 무언가를 많이 생각해고 배우게 해주는, 또 다른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공간입니다. 어느덧 인생의 세 번째 라운드에서 만난 텃밭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텃밭은 소통의 창구라고 생각됩니다. 사람이 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이고 그 관계를 돈독히 해 주는 가장 좋은 연결고리는 그것이 취미이든, 종교이든 심지어 아는 사람 흉보기이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통의 주제가 아닐까요? 그런데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오면 아무래도 이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네요. 물론 현대는 다양한 통신수단이 발달되어 예전에 알던 지인들과 얼굴을 본 듯이 수다를 떨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요. 

그런데 텃밭을 하게 되면서 함께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이웃들과 소통의 주제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저처럼 농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은, 그저 농사선배들에게 묻는 것이 일상입니다. 언제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 심기 전에 밭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지? 원줄기와 아들줄기는 도대체 무엇인지? 유박은 뭐고, EM은 얼마나 뿌리는지? 도통 모르는 것 투성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들에게 묻고 배우면서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만일 텃밭을 하지 않았으면 다른 분들과 무슨 얘기를 하고 살았을런지 가슴이 섬찟해지네요. 

두 번째 텃밭은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주었습니다. 텃밭에 심은 작물들은 거저 되지 않더군요. 그리고 모든 녀석들이 자라고 열매 맺는 때가 있어서 사람이 아무리 조바심을 하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파종을 남들보다 늦게 하고서 남들 수확할 때 자신의 작물이 크지 않았다고 끌탕을 해 봐야 소용이 없고 느긋이 때를 기다려야 한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 기다림 속에는 무수한 정중동이 깃들여 있더군요. 맥없이 손 놓고 기다리다가는 작물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심은 애들이 잘 자라도록 풀을 뽑고, 웃거름을 주고,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기둥을 세워주어야만 했습니다. 우리의 삶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무엇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농사를 지으면서 새삼스레 하게 됩니다. 

셋째, 텃밭은 나눔을 실천하는 현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몇 가지 작물을 가꾸어 보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아무리 작은 밭이라도 거기에서 나오는 소출은 가족들이 다 소비할 수가 없을 만큼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더구나 우리집처럼 단 두 식구의 살림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자연스레 밭에서 따온 고추나 오이, 가지 몇 개, 상추나 깻잎 몇 장씩이라도 이웃과 나누게 되는데, 그러면 그 댁에서는 젊은 새댁이 맛있게 구운 머핀과 쿠키가 돌아오더군요. 이렇게 되면 이미 고추나 가지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매개체로서 정표요, 사랑의 화살촉이 되어 버립니다. 

텃밭에서 이것저것 작물들을 키우기 위해 날 더워지기 전, 새벽에 일어나 밭에 가고, 비료와 농자재를 사고, 종자값과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 보면, 때로 사서 먹는 것이 더 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웃과 소통을 하게 해 주고 모든 세상 일이 다 때가 있으니 조바심을 하지 않게 하고 또 정을 나눌 수 있으니 일석 삼조를 넘어 많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 텃밭농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장화와 빨간 장갑을 챙겨 밭으로 갑니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나 텃밭의 경험이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의 넋두리로 웃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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