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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官은 민民이 졸로 보이는가?
이진영 기자
기사입력  2021/07/02 [10:58]   놀뫼신문

|기자의 눈| 주민자치 vs. 관치

관官은 민民이 졸로 보이는가?

 

1년 반 전, 주민자치회가 출범하였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조직개편, 임원진의 자세 등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기폭제였다. 

작년, 코로나 와중에도 가을에는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우선순위 투표 등을 통하여 2021 사업계획도 자치스럽게 확정하였다. 2022 주민참여예산 공모 기한은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달간이다. 골든 타임인 이 기간에 15개 읍면동 주민자치의 실무를 담당하던 총무들이 돌연 공석이 된다. 지난 가을 마을자치1번지의 기수로 전진 배치되었던 15개 읍면동 총무들의 계약기간이 6월로 만료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법적으로는 큰 하자가 엿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강화되어야 할 주민자치가 관치(官治)로 회귀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논산시가 과감하게 15개읍면동 총무시대를 열었지만,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 터라 주민자치에 관한 교육을 받고 리드해가는 요원(要員) 배치가 능사만은 아닐 수도 있었다. 파견 당시 총무의 위상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감도 없잖다. 특히 주민자치회장과의 관계인데, 총무는 보좌와 지도(指導)라는 측면에서 양수겸장이다. 

초창기 이 관계가 명쾌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이래저래 갈등과 불만 같은 것들도 야기되었던 모양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이 3개 읍면동을 1인이 담당하도록 하는 임기제공무원제도이다. 이들이 투입되면 업무공백도 최소화되면서 인건비 절감이라는 효과도 거양될 것이다. 

 

공복(公僕)이 주인 깔아뭉갠 경우들

 

주민자치가 정착되는 과도기에 벌어지는 일시적 현상으로도 이해해 봄직하다. 그럼에도 차제에 점검해 보아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주민자치의 정착과 활성화에 대한 의지(意志)다. 이 의지의 발동권자는 주민자치회 자체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시 당국의 방점이 더 커 보인다. 시에서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을 도와서 성장시키겠다는 서포터즈로서의 기능보다는, 관치행정의 연장선상은 아닌지 긴급 점검해볼 타이밍이다. 

특수사례이긴 하지만, 현재 어느 주민자치회는 임원 전원이 공석상태이고 그게 어언 4개월째이다. 불안한 전조는 작년 가을에서부터 있었다. 주민 투표 사실은 널리 알려야 되겠지만 시내 곳곳마다 세로 배너현수막이 넘쳐나는 장면은 과해 보였다. 올해는 가로 현수막이 도배 수준이었다. 내용은 “법원을 논산시내로 유치하자”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주민자치회가 올해 사업으로 계획했고, 그리하여 펴내는 소식지 한 면에도 실렸다. 

소식지 배포일이 카운트다운되던 어느 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이 신문 덩어리들은 파쇄가 되었고 임원진은 일괄 사퇴하였다. 신문에서 이런 사달은 가끔씩 생기므로, 여기서 새삼 그 내막을 파헤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사례를 통하여서 주민자치의 현주소와, 주민자치를 내려다보는 관(官)의 시각을 미루어 짐작해보고자 한다. 

폐간의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한다.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면서 주민소식지가 대세다. 꾸준하게 발행하던 벌곡은 일상적인 데 비해, 신문 틀을 갖춘 본격 소식지 첫 테이프는 성동이 끊었다. 취암동은 대단위로, 현재 9호까지 발행하였다. 은진면도 얼마 전 창간호를 펴냈다. 주민자치회간의 교류도 염두에 둔 소식지 편집은 공유(共有)될수록 좋다고 보아 타 기관장의 연락처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주민간의 원활한 소통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주민자치회 소식지 편집은 특정인이 주도할 수가 없다. 편집위원회가 개최되고, 거기서 결정된 사항을 취합하고 나면 최종검토도 집단으로 한다. 다소 튀는 내용이 들어갔다 할지라도, 그 처음과 끝은 집단결정품이다. 그러할진대 그 결과물의 배송이냐 폐기냐, 재발행이냐 하는 것은 그 단체 고유의 결정사항이다. 설령 거기 내용 중에 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사항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들어가면 되니/ 안되니 하는 결정은 주민들이 내릴 것이고, 주민자치회 고유의 권한이다. 

우리는 군사정권시절, 영화검열을 위시하여 가요검열, 언론검열 등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일이 어찌 가능했을까’ 하는 시절을 거쳤고, 이제는 완전 졸업했다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1번지’ 기치를 내건 논산에서 언론검열과 폐간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다는 현실은, 믿기지 않는 비현실로만 비친다. 

헌법 제1조 주권재민(主權在民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논산에서 주권재민을 무시하는 관의 전횡 사례는 이어진다. 어느 면 주민들은 대단위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당선의 쾌거를 이뤘고, 면사무소 건물보다 커 보이는 커뮤니티 센터까지 시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세웠다. 그런데 당해 면장은 주민자치회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를 몰고가면서 센터의 민관 대화의 테이블에 두문불출하였다는 후문이다. 부면장 등을 통하여 주민 위에 군림하는 관치의 전횡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면장의 완장과 완력에 대하여 주민들은 ‘위에서 하는 일인데, 관 비위를 건들여봤자...’ 하면서 자치는커녕 자조의 세월들이었다.

 

대한민국 ‘자치1번지’로 가자면

 

주민자치, 지방자치는 문재인 정부가 주력해온 최우선 과제이다. 중앙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국정과제가 지방 목민관들에 와서 여지없이 뭉개지는 사례는, 시골 촛불의 진원지로 보여서 기우 아닌 걱정이다. 

왜 관치가 아니고, 주민 자치(住民自治)고 마을 자치여야만 하는가? 그 동네에 대하여, 자기 읍면동에 대하여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거기 거주하면서 매일매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목에 힘이 들어간 탁상행정가들이 아니다. 주민자치회 총무만 해도 그렇다. 시에서는, 돈을 많이 만지는 기관처럼 상피제를 도입, 타 동네로 발령을 냈다. 

어쨌거나 총무들은 주민자치에 대하여 사전 공부를 했고, 그간 8개월 여 근무를 하면서 현장을 누볐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새로 뽑게 되는 논산시 광역총무제에 응시조차 할 수 없다. 1년 이상의 경력에 해당되는 15개 읍면동 (전)총무는 두세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근 시군의 경력자도 응시하므로, 타지 사람들이 와서 논산시 주민자치회에 합류할 확률이 높아진 현실이다. 

대한민국에 ‘이건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철칙은 없다. 그러나 사람살이에는 상식이란 게 있다. 충청도에서 유독 강조하는 게 있다. ‘경우’다. 경우 있는 사람을 강조한다. 행정편의, 관치복귀는 충청도 논산땅의 경우가 아니다. 대략 보아도 듬성듬성 보이는 주민무시행정, 주민자치의 퇴행은 대외적으로 자치1번지를 표방하는 논산시에 드리워진 장마철 암운(暗雲)이다.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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