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수 스케치-3] ‘서해 3대 낙조’ 태안 꽃지해변
푸른바다가 위로하는 할미·할아비바위 애달픈 전설
코로나 19의 전염은 그 끝을 가늠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40여 일 동안 이어지는 장마는 더욱 많은 사람을 피폐(疲斃)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해마다 이맘때쯤에는 여름 휴가 기간으로 여유를 즐기며 지내는 기간이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이처럼 상황과 날씨가 우리를 어렵게 하더라도 팍팍한 삶 속에서 억지로라도 여유로움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충남의 아름다운 해안 꽃지해변을 소개해 봅니다.
지도를 펼치고 서해안 태안반도의 이름있는 해수욕장을 찾으니 30여 곳이 넘습니다. 태안반도 위로부터 꾸지나무골해수욕장, 사목해수욕장, 방주골, 어은돌… 최남단의 바람아래해수욕장까지 나열하기도 힘들지만, 태안에서 근무했던 저도 가지 못한 비경의 해수욕장이 즐비합니다.
이토록 많은 해수욕장 중 으뜸은 바로 안면읍 승언리 서남쪽의 꽃지해변의 해수욕장이 아닌가 합니다. 꽃지해변은 5km에 이르는 백사장과 할미바위, 할아비바위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보여줍니다. 2개의 바위 너머로 붉게 물드는 낙조는 태안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풍광 중 으뜸으로 꼽힙니다. 예부터 백사장을 따라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곳이라 ‘꽃지’라는 이름을 얻어 꽃지해수욕장으로 불린답니다.
석모도~ 꽃지~ 채석강
꽃지해변을 상징하는 두 바위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답니다. 신라 시대 9세기 중엽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에 주둔해 있을 때, 당시 최전방이었던 안면도에 ‘승언’이라는 장군을 지휘관으로 파견하였답니다. 장군의 부인인 ‘미도’는 빼어난 미인이었고 부부 사이의 금실이 매우 좋았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들의 두 부부의 금실을 부러워하며 시기하자, 장군은 바다 위에 있는 바위섬에 집을 짓고 부인과 떨어져 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장군이 아주 먼 곳으로 출정을 나가게 되었고, 끝내 돌아오지 못하자 그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던 부인 미도는 죽어서 바위가 되었답니다. 이후 부인 바위 옆에 또 하나의 바위가 생겨났고 세상 사람들이 이 두 바위를 ‘할미 할아비 바위’라고 불렀다는 전설입니다.
바다로 나간 남편을 맞이하듯, 마주 선 두 바위가 참으로 애틋해 보입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썰물 때면 두 바위가 마치 한 몸인 듯 모래톱으로 연결됩니다.
한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바위와 어우러진 낙조 때문이겠지요. 해 질 무렵이면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너머로 아름답게 물드는 일몰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진풍경을 펼칩니다. 바위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아름다운 일몰 광경은 변산의 채석강, 강화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의 3대 낙조’로 손꼽힙니다.
바닷물이 빠질 때면 직접 걸어서 두 바위까지 가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두 바위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경관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서, 2009년 12월 9일 명승 제69호로 지정되었답니다. 아마도 내년이면 보령 항구에서 해저 터널로 안면도와 연결된다고 하니 꽃지해변까지의 거리도 아주 짧아질 것입니다.
꽃지해변 가까이에는 소나무(해송)가 아름다운 안면도자연휴양림과 신선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는 방포항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