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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의 노포] 시외버스터미널 터줏대감 ‘금천 왕순대’
40년째 이어온 논산순대의 진미 ‘물피순대’
기사입력  2020/04/08 [15:35]   놀뫼신문

[논산老鋪] 시외버스터미널 터줏대감 ‘금천 왕순대’

40년째 이어온 논산순대의 진미 ‘물피순대’ 

 

순대는 돼지 곱창에 채소나 당면 등으로 속을 채우고 선지로 맛과 색깔을 낸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다. 속 재료에 따라 당면순대, 찹쌀순대, 피순대로 구분된다. 유래도 두 갈래이다. 삼국시대에 중국과 교류하면서 전파되었다는 설과, 고려 말기에 몽골군이 침략하면서 피순대가 한국에 전파되었다는 설이다. 

논산은 타 지역에 비해 순대가 유명세이다. 전국 명성의 연산순대뿐 아니라 화지시장과 연무안심시장 순대는 순대국 하나로 외지인들을 불러들일 만큼 땡기는 음식이다. 전국 명성의 순대가 또 있다. 논산 관문인 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39년째 피순대 맛을 이어가는 순대집이다.  ‘금천 왕순대’이다.


 

논산에서 ‘순대의 달인’ 되기까지

 

김승예, 박종숙 부부는 군포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맞벌이 부부였다. 1996년, 그러니까 25년 전 순대집과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었다. 

본래 금천왕순대는 1982년, 박종숙 여사의 사촌언니인 박종금 여사가 논산에서 문을 열었다. 금천 왕순대의 창업자 박종금여사의 남편 외가가 연산이었는데, 그 때 거기서 피순대 특유의 요리비법을 전수받았다. 15년 정도 운영하는 동안 맛도 소문이 나고 시외버스터미널에 위치하고 있어 목도 좋아서 장사가 제법 잘 되는 상황이었다. 남 주기 아까웠기 때문에 그 자리를 사촌동생에게 물려주게 된 것이다. 

김승예, 박종숙 부부는 둘다 논산 사람이 아니다. 고향이 여수인 박종숙 씨는 서울에서 다니던 무역회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군포의 어느 회사로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군포 출신인 김승예 씨가 다니던 회사였는데, 직장 상사와 아르바이트생의 관계가 깨진 사건이 일어난다. 회사에서 야유회를 도봉산으로 갔는데, 그때 눈이 맞은 것이다. 여차여차해서 1990년 백년가약을 맺고, 몇 년 직장을 더 다니다가 1996년 금천 왕순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군포에서 이삿짐을 싸서 논산으로 내려와 대림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틀고 지금까지 아들 딸과 함께 오붓하게 살고 있다. 

“순대집 인생에 아쉬움 같은 건 없는지?” 질문에 망설임 없는 즉답이다. “만족스럽다. 정년퇴직 같은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나의 삶을 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만족”이라고 들려준다. “아들이 순대집을 하겠다고 하면 가업으로 자랑스럽게 물려주겠다”는 속내도 내비친다. 

 

 

물피순대 아직도 모른다면 논산간첩

 

‘금천 왕순대’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도 ‘물피 순대’라고 한다. 물피 순대는 돼지피를 받아서 일정시간 보관한 다음, 윗부분에 형성되는 맑은 물피만을 사용한다. 따라서 일반 피순대보다 맛과 식감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순대 국물은 돼지 사골을 우려내어 사용하며, 순대 소는 각종 야채, 두부, 계란이 들어간다.

또다른 비결은 ‘입맛 맞춤형’이다. 손님마다 식성이 같을 리 만무하다. 100%는 어렵지만 그 입맛에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이 이어지기에 금천 왕순대집 단골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여주인이 손님과 그 식성을 기억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우선 어르신과 젊은 사람은 식감이 다르기 때문에 순대국에 넣는 고기부터 다르게 썰어서 내놓는다.

손님이 들어오면 지난 번에 봐두었던 인상착의와 식성을 기억해내면서, 손님이 좋아했던 부위, 싫어하는 부위 등을 선별하여 순대국을 말아 드린다. 순대국을 맵게, 싱겁게 조정해보는 것은 물론 반찬인 김치와 깍두기, 새우젓의 맛과 양도 고려하여서 상차림에 반영한다. 몇 십 년의 경험이 관상쟁이도 되게 하였으며, 거기에 정성이 더해져서 나오는 상차림이 금천순대다. 

김승예, 박종숙 부부는 무수한 사람들이 오가는 터미널에서 순대집을 운영하는 동안 인생에 대하여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행색과 식성이 천차만별인 손님을 대하게 되면서,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三人行必有我師焉(삼인행필유아사언)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논어(論語)의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이 말을 저절로 터득하게 되었다. 식당일을 하면서 擇其善者而從之(택기선자이종지) 其不善者而改之(기불선자이개지).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가르침을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다. 

 

 

사람들 애환 녹여주는 논산나들목

 

언젠가는 남자 두 명이 와서 막걸리에 순대와 순대국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사장님 돈 많이 버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게 아닌가! 서울에서 왔는데 논산 부모님한테 올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금천 왕순대집을 꼭 들렀다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 아버님이 워낙 순대를 좋아하셔서 3부자가 만나면 금천 왕순대로 와 막걸리와 순대로 회포를 풀며 즐겁게 보냈다. 그런데 지난 가을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두형제만 왔다며 “우리들에게 금천순대집은 아버지와 함께 하는 추억의 장소”라고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 얘기를 함께 들었던 박종숙 여사는, 그때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두 아들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면서 그때를 회상한다.

박 여사는 본인 얘기보다 손님들 얘기가 더 많은 모양이다. “시내에서 동냥과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노숙자였는데, 밥값을 지불할 때는 거의 동전였어요.” 또다른 손님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손님 없는 때를 골라서 들어왔어요. 행색만 누추할 뿐,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네요.” 혹여 어떻게 된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을 털어놓는다. 술만 먹으면 주태가 심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손님도 있게 마련. 몇 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특단의 조치로 그 손님과 함께 오는 일행 모두에게 식사 제공을 거부하자, 결국 발길을 끊은 손님도 있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이야기 끝이 어디 있으랴~ 아침 새벽 해장손님부터 밤 늦은 술손님까지 뒷바라지하면서 연중무휴 버스터미널 오가는 논산 사람들 애환을 달래주던 서민국밥집, 논산의 노포가 금천순대집이다.

김승예, 박종숙 부부는 “앞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쉬려고 한다”면서 “5년 전부터 종업원 없이 두 부부가 일을 하니 몸이 힘들긴 해도 마음은 편하다. 진작 둘이서 할 걸”하는 소회도 내비치는데, 이유가 있다. 박종숙 여사는 요즈음 새벽 장사를 하지 않는 대신 서예학원에 나가 붓을 잡는다. 가게 벽에는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붓글씨들이 걸려 있다. “건강이 다하는 날까지 깊이 있는 맛으로 보답하겠다”는 두 부부의 포부를 격조있게 웅변해주는 내용들이다. 

 

[금천왕순대 041-732-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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