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로 알려진 11월 11일은 가래떡의 날이기도 하다. 이날 나는 급하게 연락을 받고 마을회관으로 달려갔다.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에 짬 내어 마을을 찾았다는 것이다.
마침 마을회관에서도 점심을 드시고 남아 계시던 할머니들이 계셨다. 윤춘옥 부녀회장과 임명순 부녀회재무도 급하게 연락을 받고 꼬마손님들을 맞이하였다. 조막만한 손으로 손 편지를 쓰고 떡을 들고 와서는 할머니의 품에 안기며 인사를 했다. “지난번 ‘가을 농촌 체험’을 이 마을에서 했다. 그때 떡메치기로 인절미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가래떡을 우리만 먹을 수 없었다”한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물론 어린이집에서는 미리 준비하였겠지만, 마을주민은 계획하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더욱 더 감격스럽다.
오늘 이 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은 봄에 이 마을에 와서 ‘모내기 농촌 체험’을 하고 갔다. 그때 심은 모가 벼가 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고, 지난 10월 31일에는 ‘가을 농촌 체험’으로 벼가 익어 고개 숙인 논에서 뛰어놀며 탈곡하는 체험을 했었다. 모내기 때 놓아준 우렁이가 생을 다하고 죽은 것을 보고 아이들은 “죽었다” 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논바닥이 갈라져있는 것을 보고 “지진 났어요?” 묻는 아이도 있었다. “벼가 팔과 얼굴을 할켜 따갑다”고 느낌을 표현하는 아이도 있었다. 호롱기와 홀태가 신기하다고 자꾸 자꾸 해보는 아이도 있었다. 벼이삭을 터는 작업을 직접 해보고 벼가 정미소를 거쳐 쌀이 되어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마을회관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도와 어린이들이 떡메치기를 하여 인절미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인절미를 직접 만들어 먹으며 이구동성 “맛있다”며 조잘거렸다. 누가 ‘이웃사촌이 멀리 있는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요즘은 허망한 말이 되었다고 했나?
농촌 마을의 행복한 공동체는 멀리 있지 않았다. 가까이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 기쁨을 주었다. 이 같은 감동과 기쁨은 이 마을 김시환 이장의 공동체 사랑에 있다. “무너진 공동체를 되찾고 이어가야 한다”는 고집스럽고 굳은 신념으로 초지일관 마을에 애정을 쏟은 가을의 또다른 결실이다. 때가 되어 행사 치르 듯하는 그런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마을에 아이들이 찾아와 뛰어놀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래서 농사철에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꼭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그 날만큼은 아이들과 넉넉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 깊은 뜻을 아이들이 모를까도 싶지만, 아이들에게 그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나보다. 그 보답을 하겠다며 가래떡과 편지를 들고 온 아이들! 그래서 더 뜻 깊고 사랑스럽다. 2019 감동의 가래떡 데이! 잊을 수 없는 날이다.
- 김은(논산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벌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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