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8경은 겉보기만이 아니다. 들여다 볼수록 논산 산하의 깊이가 느껴진다. 등재되지 않은 논산8경들도 즐비하다. 장소 외관으로서도 그러하지만, 그곳에 거하는 삼라만상이 오늘도 각자의 역에 충실하고 있다. 놀뫼 스토리는 누에보다 더 길다란 비단결이다. 기실, 숨겨져 있거나 기록되지 않은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그 설레는 발굴 작업에『놀뫼신문』이 첫삽을 뜬다. “놀뫼알릴레오”에는 학자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다. 내 고향땅 이야기를 구술(口述)할 수 있는 시민모두가 진짜 홍보대사이다. 타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진국 논산 이야기는, 진골 논산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첫 선을 보이며, nm4800@daum.net에서 논산시민의 육필 기록들을 기다린다. - 편집자주
행복학 권위자 서은국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때”라고 했다. 100% 공감이 되는 말이다. 요즘 각종 언론 매체에서 함께 여행을 떠나 맛난 음식을 먹는 ‘먹방 프로’들이 대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힐링할 수 있는 자연 풍광’이다
사업하다 보니 외지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지인이든 사업상 친구이든.... 논산에서 힐링과 자연, 맛이 삼박자로 어우러진 곳, 논산8경의 최고봉이랄 수 있는 곳이 바로 탑정호이다.
탑정호는 산수(山水)가 어우러진 비경이다. 일단 탑정호 어귀에 이르면 커다란 제방 둑에 농어촌공사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커다란 조형물이 하나 들어서 있는데, 백제의 맹장, 황산벌의 영웅으로 논산의 상징이 된 계백 장군이다.
탑정호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호수만 보아도 꽤 커 보인다. 그렇지만 여기서 보이는 호수는 탑정호 전체의 1/5 정도이다. 탑정호는 예당저수지 다음으로 큰 담수호이다.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긴다. 탑정호에는 두 갈래 코스, 즉 드라이브 코스와 트레킹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탑정호 물위를 걷는 산책로와 출렁다리
계백장군 조형물을 마주하고 왼쪽으로 펼쳐진 트레킹 코스는 탑정호의 수변식물과 어우러지는 데크길이다. 삼삼오오 오붓하게 걷도록 조성해 놓은 수변과 수상의 둘레길이다. 수변 물가를 따라 걸으면 데크 안의 사람과, 수변식물과 나무들이 하나되는 듯 느껴진다. 호수로 들어가는 듯한 수상 데크로 접어들면 호수 가운데 떠있는 듯하다. 호수 속에 잠겨서 파란 하늘과 마주하는 황홀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한 시간쯤 걸어 탑정호수에서 주는 청량함에 빠져들게 될 때쯤이면 어느덧 수변공원 입구이다.
올 2019년에는 탑정 호수의 남과 북을 잇는 출렁다리가 놓여지게 된다고 한다. 달빛걷기 대회에서 임시 가교를 건너 가보는 체험행사가 있었다. 탑정호의 출렁 다리를 알리기 위한 예고편 행사였다. 탑정호 출렁다리는 호수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동양최장거리를 자랑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새하얀 조팝나무와 선홍색 단풍나무의 가로수들이 화창하게 피어나는 자연의 길, 논산의 시대정신을 이어가는 박범신 문학길, 논산 시민에게 치유와 꿈을 주는 희망의 길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각양 스토리를 연결해주는 논산가교로 승화되기를 소망해본다.
영화속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탑정호의 수변데크와 정 반대편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영화 장면처럼 산허리를 구비구비 돌아가노라면 어느새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있는 강변 코스! 주마간산(走馬看山)만으로도 훌륭하지만 ‘탑정호의 뷰포인트’를 놓치면 여행의 진미도 반감된다. 여행지마다 포토존이 있듯 탑정호에도 뷰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어귀에 있는 계백장군 조형물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탑정호의 제1경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뷰 포인트는 계백장군 조형물을 좀 지나서이다. 산허리로 내려와서 다시 호수 옆길 따라 가다보면 산 아래로 큰 건물 하나가 길목을 지키고 있다. 레이크사이드 호텔! 한글로는 호숫가, 수변이다.
호텔 1층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이 있다. 잔잔한 호수와 그 너머 산 언덕의 어우러진 비경도 멋들어지지만, 옅게 흩뿌려진 몽환적인 하얀 안개, 하늘에서 내리는 물방울을 볼 때면 호수의 신비감마저 자아낸다. 나의 뷰 포인트 0순위다.
다음 순위의 뷰포인트는 길 따라 이어진다. 남근석(男根石)도 모자라서 여근석까지 자랑하는 아이비 카페! 레이크사이드 호텔에서 산허리 두어 번 돌아서면 길 옆에 차들이 즐비하다. 물론 간판도 요란하다. 그 곳에 주차하고 내려가면 호수물을 지척지간 내려다볼 수 있는 야외 카페이다. 오랜 시간 호수 야외 풍경을 볼 수 있기에 특히 봄 가을에 장관이다. 초입 조형물들은 인공미도 약간 가미한 느낌인데, 물이 지척지간인 이 터가 예전에는 산중턱이었다면서 들려주는 주인장의 입담에는 남사시러운 대목도 있다^
이제 호수의 딱 절반인 지점에 가면 호남고속도로이다. 직진하면 가야곡이지만, 좌향좌하면 과수원과 포도나무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숨겨져 있는 듯한 마을이 나온다. 교행 안 되는 조그만 길로 들어가면 나오는 집 두 채. 하나는 에땅이요, 하나는 하늘보리, “하나님만 바라 보리라”라는 의미를 지닌 멋들어진 이름의 맛집이다. 음식도 맛들어지지만, 청하면 시낭송도 해주는 넉넉한 주인의 정성이 음식 플레이트 맛을 한결 돋우어 주는 곳, 그 곳에서 바라보는 탑정호는 이색 별천지의 풍광이다.
카메라 밀쳐내는 뷰 포인트
탑정호 일주코스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꼭 차로 한바퀴 라운딩하겠다면 크게 돌아야 한다. 하늘보리에서 되짚어 나와 호남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하고 연산방향으로 접어들면 국방대학이 눈에 들어온다. 산아래 커다란 건물과 아파트, 그 밑으로 정비된 새 도로를 지나가다 첫 번째로 우회전 가능한 곳에서 꺾으면 탑정호수가 다시 나타난다.
탑정호는 여간 가뭄으로는 아랑곳하지 않는 담수량을 자랑한다.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에게 인기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강태공이라 하면 붕어찜과 단짝이리라. 탑정호 붕어는 유별나다. 하늘처럼 깊고 바다처럼 넓은 풍광을 지녀서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이 탑정호에는 대둔산의 맑은 물이 모여든다. 이런 탑정호에서 자란 참붕어를 찜으로 요리하면 별미가 아니될 수가 없다. 탑정호 참붕어찜의 맛과 멋은 대한민국 탑정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호사이다.
산 아래 마을이 있고, 마을 아래 갈대들이 우거진 곳! 신풍매운탕, 바로 탑정호표 붕어찜의 맛집이다. 이곳에서 보는 저녁 어스름 해지는 황혼녘 호수는 산과 어우러지는 비경이다. 혹자는 반문하리라. “그 좋은 곳을 사진으로 보여주면 좋지 않겠는가?” 근데 사진으로는 그 진면목(眞面目) 반의 반도 볼 수 없을 거라는 걱정이 든다. 우리 눈은 200도 이상을 감상할 수 있지만, 사진으로는 시야부터 좁아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직접 찾아가 체험하고 느낀 것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는 호수, 누구나 동경하는 마음의 고향 호수, 그게 바로 논산 탑정호이다.
성수용(아모레퍼시픽 논산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