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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새마을회 ‘2018김장나누기’] 돈 내가면서 봉사하는 사람들
기사입력  2018/11/27 [18:37]   놀뫼신문

[논산시새마을회 ‘2018김장나누기’]

돈 내가면서 봉사하는 사람들

 

지난 22~23일 이른 8시부터 하루 종일 공설운동장이 왁자지껄했다. 15개 읍면동 새마을회 임원들이 첫날은 100여명이, 둘째 날에는 150여명이 나와서 김장 담그는 날이다. 작년에는 눈발 속에서도 새마을기 휘날리며 강행했는데, 올해 날씨는 쾌청!

6천포기를 총 775세대에게 나누어 주는 걸로 계획돼 있던 이 사업은, 실은 1만여 포기 이상을 만들어 혹여라도 부족함이 없도록 넉넉하게 나누어주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이들에게는 10kg들이 김치박스뿐 아니라, 김장철 별미인 수육 등 사랑의 밑반찬 세트까지 함께 배달되었다.

매달 2번씩 하는 밑반찬 봉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김장세트도 주로 부녀회에서 전달하였다. 독거노인들 살림살이가 어설픈지라 방안으로 직접 들어가서는 냉장고 정리나 청소, 어떤 때는 빨래까지 해주고 나오는 부녀회원들이다. 겨울이 되면 형편 따라서 목도리나 방석 같은 걸 챙겨주는 마을도 있다.

 

몸으로 때워 번 돈으로 동네사람들 챙겨

 

새벽5시에 집안식구들 밥 챙겨놓고 나왔다는 최윤희 부녀회장은 논산고을 대가족의 살림살이로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축제장마다 식당도 운영하는데, 강경젓갈축제 때 하이라이트는 젓갈김치담그기 행사이다.

시월 10~14일 닷새간 김장배추 1천포기, 총각김치 300단을 담았다. 여기에 새마을부녀회 30명이 투입되었다. 새우젓, 멸치액젓으로 담근 김치는 1인 4kg당 체험료 15,000원씩 받았다. 새마을 식당도 운영하여서 일정 수익금도 냈다. 마을마다 버스 승강장 정돈사업도 도맡아서 매년 1백만원 정도 적립한다. 이러저렇게 모으다 보면 동네마다 새마을회는 부자일 거 같은데, 가만 들여다 보면 대부분 돈이 사회환원이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부녀회원들이 직접 만든 꼬마김밥을 조손가정 1천 가구에 쭉 돌렸다. 그날 붕어빵도 히트작이었다. 재료비가 많이 들더라도 논산 특산물인 딸기쨈과 고구마를 앙꼬로 하여서 직접 구웠기 때문이다. 공설운동장에서 열리는 노인의날 행사는 심청전에 나오는 궁중잔치보다 더한 고을잔치이다. 

논산 방방곡곡에서 버스 대절하여 나오는 어르신들, 천 단위 손님을 받아낼 식당이 없기에 텐트가 쳐지고, 15개 읍면동마다 따로국밥을 내놓는다. 텐트 식당에서 서빙하는 아줌마들은 동네에서 낯익은 부녀회원들이다. 추석때는 공동묘지 무연고 묘를 찾아다니며 전원 깔끔하게 이발을 해준다. 연말이 되면서 연탄배달도 곧 시작된다.

이렇게 지출을 거듭하면서도 사단법인 새마을회가 수익을 내는 비결은 다름 아닌 인건비 절약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김장김치는 커다란 수입원이었다. 논산의 사회적 기업인 한국야쿠르트가 8억을 내놓았고, 여기에 새마을회원이 총동원되어 김장김치를 10만여 포기씩 만들어냈다. 불우이웃들에게 넉넉히 나누어 주었다. 인건비가 절약되므로 나머지 김치는 저가에 대량 판매가 가능해지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한 언론이 위생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참여기업체의 전격적인 중단 선언과 함께 김장 규모는 대폭 축소되었다, 1/10 수준으로....

 

한때 아픔이 더 강한 공동체로

 

갖은 양념 버무리는 부녀회원들은 동네 품앗이 김장 때와는 달리 전원 1회용 모자는 물론 마스크도 착용했다. 절임김치를 건지기 위해 긴 장화 신고 저벅저벅하는 부녀회원들은 여전사들 같고, 밖에 나와서 개성껏 휘어감은 비닐치마는 이색 패션쇼 현장 같다. 이쯤 되니 논산의 중견기업이 윈윈으로 나서도 좋을 타이밍이다. 

연말이면 논산새마을회가 대망하던 회관으로 이전한다. 4층 건물에서 1층은 위생시설을 한층더 강화할 수 있는 공장 구조이다. 생산품목을 김치로 이어간다면, 시와 협의하여서 국내뿐 아니라 LA 등지로 수출길 모색하는 구상도 탁상공론만은 아닐 성싶다. 사시사철 논산 특산물 가공사업이 더 적합한 아이템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김치는 여전히 눈에 밟힌다.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도 그렇지만, 김치 자체가 주는 우리네 정서가 뭉클해서이다.

김치는 정(情)이요, 새마을운동의 요체인 협동(協同)이다. 김치를 담그자면 행사장에 동원되지 않는 물건들이 없다. 배추세척을 위한 거대한 풀장 만들기 작업이 신호탄이다. 건축현장에서 쓰는 거푸에 용접을 하여서 사방 담을 만들고 엄청난 부직포를 깔아서 연못을 만든다. 버무린 김치를 담는 투명박스도 포장지만 뜯어서 그냥 담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물로 헹구었다가 물기를 빼낸 후 거기에다가 깨끗함과 정을 함께 눌러서 담는다.

과정별 책임자끼리의 협동도 빛난다. 하루 전인 21일부터 행사장 설치는 젊은 피 정문순 문고회장이 나섰다. 22일부터 세트장 설치는 손병일 직장회장, 배추절임 설치부터 해체 운반까지는 한영석 지도자회장, 23일까지 지속되는 양념만들기, 배추세척/ 속넣기 작업은 최연희 부녀회장이 도맡아서 총괄한다. 배분작업은 조원상, 김경자 회장이, 1~2백명 일꾼 동시에 먹이는 아침/점심과 간식은 정종순, 박영순 회장이 총셰프 완장을 둘렀다. 먹으면서 정 든다고 막걸리 건배소리가 간간하고 식후에는 커피 나누며 잠시잠깐 춤판 벌어면서 인증샷! 작업중 난데없는 할렐루야와 아멘 화답에 나무아비타불.... 전래 노동요가 필요없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배추 속채우는 작업은 이틀 해를 꽉꽉 채웠다.

 

 

논산의 기쁨 취암동 새마을회관

 

현재 논산새마을회 사무실은 공설운동장 내부에 10여평이다. 논산시새마을회는 1984년 사단법인으로 창설되어 새마을지도자 협의회와 부녀회만 두고 있었다. 48세가 된 올해부터는 젊은 피 수혈을 위해 ‘직공장새마을운동협의회’와 ‘마을문고’로 조직을 확대하였다. 현재 새마을회 인원은 지도자 950명, 회원 6천여 명 규모의 대식구이다.

새마을회관은 백제병원 이재성 회장 시절, 논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착수하였고, 이제 그 개관식을 코앞에 두고 있다. 취암동 93-1 대지 1481㎡ 4층이고, 각층마다 100여평 규모이다. 

“시지원 22억, 자부담금 5억으로 추진했어요. 현재 우리 법인 부채가 3억 5천입니다. 각 마을 회원들이 걱정하면서 어떤 회원은 천원도 내시고, 회장님 중에는 백 단위로 내신 분도 계세요. 새마을이 정부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는 걸로 인식되어 온 감인데, 현재 임원들 대부분은 자기 호주머니 털어서 봉사들을 하세요. 희한한 것은 기뻐하고 자발적이라는 점이죠. 사업을 하는 저도,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여기 오면 풀려요, 힐링이 되는 기분, 봉사해보신 분들만 아실 겁니다.” 

공설운동장에서는 마지막이 될 ‘2018 사랑의 김장’ 총괄 이은세 회장의 소회이다.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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