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휘날리는 논산 브랜드는 딸기이지만, 여름 수박철은 단연 애플수박이다. 애플 수박 전국 생산량의 90%를 점하고 있는 곳이 논산이어서이다. 애플수박의 원래 명칭은 ‘e-나노’인데, 통칭은 미니수박 또는 애플수박이다.
애플수박으로 별칭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 수박에 비하여 앙증맞다는 점만 주목한다면 ‘미니수박’이 적확하다. 속껍질이 얇으므로 사과처럼 껍질을 깎아 먹을 수 있고, 아예 껍질채 먹을 수도 있다. 껍질은 오이맛이고, 씨앗을 씹어서 먹을 때 딱딱하지 않은 감촉이다. 쓰레기 제로 내지 최소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애플수박 담당인 논산농업기술센터 소득기술과 장창순 지도사의 설명에 의하면, 논산에서 애플수박은 2014년도에 한두 농가가 시범적으로 재배를 하였다고 한다. 다음해와 그 다음 해에는 30농가 정도로 확산되었다. 올해 들어서는 애플수박협의회 중심으로 10여 농가가 대량 재배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는 하는 농가는 12농가 정도로 파악된다고 한다.
♦ 관광지로 변신하는 애플수박 농장
논산애플수박협의회 이창우 회장의 농장은 철도, 국도, 고속도로가 나란한, 연무IC에서 머잖은 채운면 야화리에 있다. 13동의 비닐하우스에는 닭 소리가 반겨준다.
“여기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와요. 작년에는 여행사와 제휴가 되어서 홍콩, 마카오, 대만 등지에서 5천명 정도 다녀갔습니다. 닭은 개인 취미이기도 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우리 토종닭을 모르잖아요. 네덜란드산도 있고, 화초닭, 백색오골계 등을 보면 신기해들 해요.”
신기한 장면은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서 쫙 펼쳐진다. 공중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작은 수박들이 진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일반 수박은 바닥에서 자라는데 비하여 애플수박은 천정에 매달려서 자라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견학을 많이 온다.
“농가 체험은 눈, 귀, 입 5감이 동시에 즐거워야 만족도가 높아지겠지요! 들어와서 설명 들은 다음에는, 실컷 먹는 체험이예요. 한 번에 100여명 올 때도 있는데, 그때는 정신이 없죠. 가실 때는 1개씩 따가는데, 다들 큰 걸로만 골라가더라고요(웃음).”
미니수박의 일종인 소과종 애플수박은 핵가족용으로 1kg 안팎이 적정 크기인데, 견물생심과 대탐소실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체험 과정에는 ‘배터지도록 먹기’가 포함되어 있다. 농장의 큰 일과 중 하나가 열과 골라내기이다. 열과란 영양이 과잉 공급되어서 터지는 현상! 조금이라도 터진 수박은 상품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여 그대로 내팽겨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현장에서 그 열과를 사과 쪼개듯 쪼개면, 수박 특유의 시뻘건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히려 더 맛있을 수도 있는 열과가 불행하게도 버려지고 있는 현실이다. 애플수박협의회는 4년여 연구 관찰하면서 매뉴얼까지 제작하였지만, 열과 방지책에 대해서만큼은 성과가 신통찮은 모양이다.
열과는 수박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한편 소비자들이 인식 대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됨을 느껴야 하는 현장이다. 밤 열과의 경우는 그것만 골라서 싼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농업 기술상 열과 방지가 어렵다면, 소비자편에서의 환영책이 윈윈으로 나가는 한 걸음이 될 거 같다.
♦ 새빨갛게 타들어가는 농가의 속사정
최근 시세는 일반 매장에서는 7천 ~1만원 거래된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한 개 7천원. 2개들이 한 박스 15,000원이다. 크기로만 볼 때, 일반 수박 대비 저렴한 가격은 아닌 듯싶다.
“현재 애플수박 재배농가는 논산 전체 60동이고 우리는 13동입니다. 그런데 농비가 일반수박 40동하는 경우와 거의 맞먹어요. 모종 자체가 일반모종에 비해서 3.7배가 비싸거든요. 일반 모 같은 경우 5~6백 원인데 이건 하나에 2천원입니다. 발아율도 3분의 1 수준이고요.”
이러다 보니 애플수박을 선택한 농가는 선투자부터 급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명함에 “논산시 애플수박사업단”으로 명기되어 있기에 클러스트인가 싶어서 정부지원사업체인지를 질문했다. 그 동안 애플수박이 매스콤을 여러 번 탔기에 관계 기관의 반응도 궁금했다. TJB생방송투데이 (2016-05-25) 대전MBC뉴스 “한 입에 쏙···미니 농산물 인기” (2016-08-23), KBS 6시 내고향 등 대형방송사 전파를 골고루 탔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서언 서준 쌍둥이가 애플수박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러저런 결과, 논산 애플수박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서 이창우 회장은 TV 방송사 취재 같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이다.
“우리 논산 애플 수박 농가들을 홍보해주니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농가 입장에서 보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4년전 불모지였던 애플수박 틈새시장을 우리가 아무런 보장 없이 벤처기업처럼 도전하였잖아요? 그 결과 이 정도 일구어서 논산애플수박 브랜드가 전국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논산딸기처럼 논산애플수박도 집중 육성하는 게 ‘민관의 윈윈’이라고 봐요. 수박으로 유명한 부여의 경우 이제 겨우 한 농가가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군수 부군수 다 쫓아와서 ‘지원할 게 더 없느냐? 단지로 조성하면 어떻겠느냐?’ 이러면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행정과 비교해 보면 속상한 것도 있죠!”
최근 인터뷰를 사양하다가, 놀뫼신문은 지역신문인지라 특별하게 응한 모양새이지만, 기자가 찾아간 시간에 이창우 회장 부부의 손놀림은 바쁘기만 하다. 더운 날 하루 종일, 모자와 수건으로 중무장한 채 해나가야 하는 하우스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 2명과 함께 일하는데, 요즘 같이 바쁜 수확철에는 일손이 딸리니까 친구들의 손도 잡아 끌어야 하는 현실이다. 기자와의 인터뷰 역시, 커피 한 잔의 여유 없이 평소처럼 하우스에서 작업하면서이다.
♦ 전국최초라는 논산수박의 저력
한편 1999년 창립된 “논산수박연구회”는 2001년 전국 최초 ‘수박 물류 표준화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65명 전원 GAP 인증을 받은 이 연구회는 ‘탑과채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으며, 우수사례의 하나로 ‘시장변화에 부응하는 신품종 발굴 및 단지 육성’을 꼽는다. 즉, 미니수박인 이나노, 미니망고 품종의 애플수박 생산 시험재배와, 전국 최초 애플수박 생산단지 육성을 꼽은 바 있다.
이 연구회와 별도 단체인 논산애플수박협의회는, 이러한 논산 수박의 저력에 바탕을 둔 듯하다. 이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창우 부부의 농업 경력은 6년인데, 초창기 2년은 일반 수박였다. 외국은 일찍부터 작은 열매에 눈을 떠서 산업화가 되었는데, 이 회장은 애플수박 종자 중에서 이탈리아산과 연을 맺게 된다. 초창기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헤쳐나간다. 4년여 축적된 매뉴얼 속에는, 하우스 상단에 걸려 있는 집게의 용처도 포함되어 있다. 소독액 속의 작은 집게로 수분 일자를 표시해두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같은 색의 집게가 달린 애플수박만 집중 수확하는 방식이다.
“애플수박협의회는 부부동반으로 하여 월 1회 모여요. 현재 애플 수박하면 부여, 진주, 고령, 음성 등이 거론되기도 하는데요, 이제 갓 시작한 곳들이라서 매뉴얼 문의도 많이 들어와요.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논산 회원들끼리만 기술 공유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애플 수박도 종자가 몇 돼서, 논산이 특허로 갖고 있는 이탈리아 종자와 다른 독일산도 있다. 어쨌거나 논산은 특허권도 있고 자체 판로도 구축이 되어 있어서, 현재로서는 없어서 못 파는 호황이라고 한다. 일반 소비자가 체험을 원하거나 대량 구입을 원하는 경우 이창우 회장에게 연락하면, 다른 회원 농장에까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채운면 야화리 613번지 010-5431-1558/ 041-735-1558)
[농업기술센터와 재배농가 홍보]
논산시농업기술센터(소장 이태우)는 애플수박에 대한 지도와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논산시농업기술센터 소득기술과 채소특작분야(☏041-746-8374)에서 파악한 2017년도 4~5월 미니수박 e-나노 출하 동향은 다음과 같다.
* 출하단체 : 애플수박협의회 (대표 : 이창우, 회원수 : 22명) - 정식면적 : 4.6ha, 70동
* 출하처 : 농협 하나로마트, 롯데슈퍼, 이마트 등
* 출하실적 4. 25. ~ 5. 16.
- 작업면적 : 3농가 12동 (80a)
- 출하량 : 24,000통(0.8kg 이상 정품과 : 매출액 = 92백만원)
* 소비자가(이마트, 하나로마트) = 6,500 ~ 8,000원
논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애플수박 대표사례로 채운면 이창우 농장을 꼽으면서, 그 핵심기술을 소과종 수박의 덕 공중재배와 5개월 재배로 수량 극대화라고 제시하였다.
1) 농장 운영사례
-첫해 한마음으로 애플수박을 같이 시작한 농가들 중 일부는 1작기 재배 후 재배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였다. 한 번 수정, 비대, 수확하는 일반 수박과 달리 수확을 반복하는 애플수박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수정 시기, 착과 주기, 수정 후 비배 및 초세관리 등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다.
- 일찍부터 소과종 수박이 발달한 유럽의 경우, 방임 재배로 일시수확을 하는 방식인 데에 비해, 우리 나라는 그렇게 할 경우 타산이 맞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현재 4~5차례에 걸쳐 수정, 수확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 덕 공중재배로 포장을 더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도 애플수박 수량 증진의 비결이다. 덕을 이용할 경우 곁순 제거작업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초세 관리에 유리하고, 수확체험 등 6차산업 도약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 일반 수박의 경우 2작/1년 생산할 경우 대략 7,000천원/1동의 수입을 올리는 반면, 애플수박은 1회 정식으로 6개월 동안 11,000천원/1동의 수입을 올렸다.
2) 앞으로 계획
애플수박이 시장에서 당당히 한 품목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애플수박 단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농가가 시행착오 없이 애플수박을 재배할 수 있도록, 애플수박 재배 매뉴얼을 작성할 생각이다. 더불어 애플수박 덕 재배에 맞는 하우스시설 모델을 제시하고, 수확체험을 고려중이다.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