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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신부사랑나누기] 세상과 구별되는 교회
기사입력  2016/04/13 [15:44]   놀뫼신문

  

우리들의 하루일상을 들여다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무엇인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활동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끼 꼬박꼬박 먹고, 누구 만나서 얘기하고, 운동하고, 책도 보고, 쇼핑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게임도 하고, 낮잠도 잡니다. 그 모든 행함은 나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도 내가 하는 행위이고, 그 행함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입니다. 그런데 자신에게 손해 보는 행함은 누구나 하기 싫습니다. 행하는 자유에 있어서 행함의 대가성이 반드시 나 자신한테 와야만 합니다. 배부르지 않으면 밥 먹을 필요가 없고, 그와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짜증나는 일이라면 안 만날 것이고, 그 일을 해서 생기는 게 없다면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철저하게 그 행함의 대가성을 바라고 우리는 행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행함에 있어 대가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야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선한 목자로서의 행함은 대가성을 따르는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처음부터 하도록 되어 있는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가짜들은 그 행함에 반드시 대가성이라는 조건을 붙입니다. 그 행함 자체보다는 그 대가가 목표입니다. 대가성이 붙은 행함. 이른바 삯군입니다. 철저한 행함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은 현실에서 명확한 것을 따지고, 법과 규칙을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하고, 또 그것으로 기득권을 얻고, 행사하고, 손해 보는 짓 절대 안합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능력자라고 말합니다.

 

요즘 우리 세상을 한 번 돌아봅니다. 학교에서 공부 못하고 말썽이나 부리는 자식은 학교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대우를 못 받습니다. 잘못하면 자식 축에도 못 낍니다. 돈 못 벌어오고 무능하면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정에서조차 아버지로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공부면 공부, 돈벌이면 돈벌이, 그 행함의 대가가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가를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합니다. 그 행함이 그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그 존재 자체입니다. 자식이 자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몇 등이고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로 자식의 존재 가치가 결정됩니다. 아버지가 아버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봉 얼마짜리 이고,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냐로 아버지의 존재 가치가 결정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것이 아니죠. 자식은 그런 게 아닙니다. 가족은 존재함으로 그 가치가 있습니다. 효용을 따지는 대상이 아닙니다. 쓸모가 없으면 버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밥값을 따지는, 그 값어치를 저울질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가족공동체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꿈꾸는 우리 신앙공동체는 존재함만으로 그 가치가 있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 이미 최고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이 찾아왔다는 제자들의 말에,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 형제요, 자매요, 내 어머니이라고 모든 복음서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신앙공동체가 새로운 가족공동체이기를 희망하신 대목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공동체에서는 다른 이익공동체, 친목공동체, 어떤 사회공동체와는 다르게 대가성이나 그 효용이나 그 가치를 목표로 하거나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만 존재함, 그 자체가 가치의 전부입니다. 우리들을 하느님이 친히 지으셔서 귀하게 여기시는데 그보다 더 큰 가치는 없는데, 또 무슨 대가를 바라고 가치를 찾겠습니까. 따라서 우리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업적으로 평가 받아서는 안 됩니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느님나라라는 이상적 목표 이외의 그 어떤 목표도 따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교회는 무얼 잘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모인 공동체도 아닙니다. 그런 곳이라면 시험 봐서 교인 뽑아야죠. 능력에 따라 세례와 견진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누구나 올 수 있고, 누구도 품어야 하는 것이 교회입니다. 교회에서는 윗사람, 아랫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사회적 지위는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힘든 일을 맡아서 하는 기준이 될 뿐입니다. 잘 난 사람이나 못 난 사람이나, 가진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형제자매로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는 이 세상에 그래도 교회 밖에는 없습니다.

 

, 그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다니는 교회를 한 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우리들이 모인 교회공동체 안에 어떤 특권이 들어와 있는가. 혹시 예수님 위에 군림하는 교권은 없는지. 사목과 사역을 세상적 능력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예수님의 권위가 아닌 공사판 십장의 리더십이 판치는 것은 아닌지. 그런 것이 없다면 좋은 교회 다니시는 겁니다. 또 그러기를 바랍니다.

 

/성공회 복대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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