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90년대 초 국토의 균형발전과 서해안지역의 국가산업단지 확충하기 위해 추진해온 군장산업단지는 두 갈래로 나누어 추진되었다. 군산지역은 국가산업단지로 선박과 자동차 등 신산업시설이 대거 입주하여 지역경제가 활황하고 있는 반면 서천군 장항지역은 당초 계획을 백지화 하고 환경생태공원, 박물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사업으로 대체 조성 중이다.
문제는 서천군과 군산시 두지역의 이와 같은 결론을 내기까지 수년간 극심한 갈등을 겪었으며, 그러한 갈등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군장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이어 금강(錦江)하굿둑 해수(海水)유통을 위한 수문개폐를 놓고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간 견해차가 심해 수년째 지루한 싸움을 하고 있다.
정부가 군장산업단지사업 추진 과정에서 군산지역은 당초 계획대로 개발하며 국비를 지원해 주었으나 장항지역은 소외되어 주민들의 강력한 집단행동 및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겪은 뒤 노무현 정부는 ‘환경생태공원화 사업’의 대안을 제시, 합의하여 1차 갈등은 봉합되었으나 지금도 양 지자체간 그 후유증은 남아있다.
충남 장항지역 주민들은 군산시에 비해 군세(郡勢)가 약한 지자체이어서 상대적 박탈감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생각한다. 장항지역 주민들은 서천군이 충남의 서쪽 변방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군세가 열약해 충청남도마저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장항주민은 기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군산시와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충청남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중앙 정부와 정치권에 서 강력한 지원군을 보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금강하굿둑 해수(海水) 통수(通水)의 문제는 금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하여 불거져 나오면서 최근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적 차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서천지역 주민은 금강하굿둑 축조(1990년) 후 25년간 물길이 막혀 하저(河底)에 퇴적물에 의한 부영양화 등으로 수질이 급격히 나빠져 농업용수로 조차 사용하기 힘들만큼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장 해수와 강물이 교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수문 몇 개라도 열어 자연 순환으로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군산시측은 금강하굿둑의 물을 군산 국가산업단지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시킬 경우 산업단지를 아예 멈추어야 한다며 강력 반대 입장이다.
이처럼 두 지자체간 갈등의 문제는 단순한 수문개방의 문제를 넘어 지역 간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 지역의 주민들은 서로 얼굴조차 외면하는가 하면 심지어 물적, 경제적, 인적(人的)교류마저 끊으려 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천 장항지역 주민들은 상대적 피해 의식에 빠져 군산지역민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다.
서천군은 2009년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금강하굿둑에 철새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도록 조망시설과 철새생태학습관을 건립하여 관광객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으나, 해마다 수질이 악화되어 철새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군산시는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철새탐사 타워공원을 건립,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행정력을 쏟는 등 수질개선 및 갈등의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룬 채 지자체 수익사업에 매달리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금강하굿둑 수질 문제를 놓고 두 자치단체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도 이를 적극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충청남도는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문제해결을 위하여 전라북도에 정책적 대화를 요구했으나 전북도는 이에 화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상생협력 갈등관리 플러스충남 정책포럼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장을 답사, 서천군과 의회, 시민단체, 지역주민, 갈등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두 지자체간 갈등해소를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전북 군산시(시장 문동신)가 정치적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대화에 소극적이라며 갈등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민들은 분개했다.
갈등의 해법은 ‘자원의 적절한 배분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갈등이 임계치를 넘어 법적 문제로 비화 될 경우 결국 승자와 패자로 갈리게 되고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그 후유증이 크기에 결국 공멸(共滅)한다.
두 지자체는 힘의 논리를 기반으로 이 문제를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상생협력을 위한 자원의 적절한 배분, 즉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공존과 공영의 미래를 약속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갈등을 풀지 못하면 발전은 요원한 것이며 지역의 공동체가 해체되는 등 어느 쪽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군산시, 서천군 두 지자체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