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살며 생각하며]나이 듦, 그리고 나잇값
시인, 논산문화원 부원장 권선옥
기사입력  2014/11/26 [17:20]   편집부

   
 
젊음은 아름답다. 단단한 육체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도 아름답지만, 그보다도 가슴에 뜨거운 이상을 품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어느 수필가는 <청춘 예찬>이라는 명문(名文)에서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다’고 하였다. 어린아이가 순진하다고 하나 큰 뜻을 품기 어렵고, 노인은 지혜로우나 자기 욕심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수필가는 석가와 예수가 밥과 옷과 미인을 구하지 아니하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일생을 바쳤기에 위대하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부귀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헐벗고 굶주린 자식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걸고 노력한 부모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들이 이상을 품었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행한 노력은 값어치 있는 일이었겠으나 자신이나 제 자식을 위한 일이었기에 큰 가치를 가진 일이라고 평가받을 수 없다.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 자식(새끼)을 위해서 하는 일은 동물도 한다.

● 나잇값을 해야 하는데

연전(年前)의 일이다. 건강진단을 하러 큰 병원에 갔었다. 검사를 받기 전에 가운으로 갈아입으라기에 지정한 장소에 가니, “어르신 이것을 입으세요.”한다. 내가 보기에는 나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이어서 나더러 하는 말은 아닌 줄 알았다. 내 뒤에 어느 노인이 있나 하고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그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가슴이 뜨끔하였다. 날더러 어르신이라니….
이젠 육십이 훌쩍 넘었다. 이젠 어르신이라는 호칭에도 익숙해졌다. 정말 나는 어르신이 되었을까. 어르신이라는 말 속에는 나이 먹음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 같은 것이 내포되어 있는데, 정말 나는 어르신이라고 할 만한가.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직도 네게는 헛된 욕망이 꿈틀대는데 어르신이라고 존중받아도 되는가.
단순히 나이가 먹었다고 젊은이들에게 존중하랄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하찮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하여야 한다. 부질없는 욕망을 억제 할 줄 알아야 하고, 남을 위해 양보와 희생도 하여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나이를 먹었다고 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라야 나이 든 사람으로서 존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이제는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

어린 아이는 제가 더 많이 가지려고 하찮은 욕심을 부려도 크게 탓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는 으레 그러려니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도 그것을 고치지 못하면 손가락질을 면할 수 없다. 사람이 성장하여 이성이 발달하면 자신의 욕망을 억제할 줄 알게 된다. 남들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이런 생각이 욕심을 억제하게 한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한다. 청년을 지나고 장년을 지나 노년이 되면 아이처럼 변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따라서 하고 싶은 일이 정당한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할 뿐이다. 아이는 투정을 부리고 욕심을 내는 것도 아이다워서 귀엽다. 그러나 늙어서 욕심을 부리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제 나는 외국여행을 가도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도 그것을 인화하여 보관하는 일은 더욱 드물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구태여 사진을 만들지 않고서도 볼 수 있다. 그 상태로 얼마 동안 보고 나서 지운다.
얼마 전에는 가지고 있던 사진을 정리했다. 오래 전부터 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좀더 과감히 많은 것을 버렸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한 때의 추억이 담겨 있는 것이기는 하다. 그리고 사진 속의 동행들은 어떤 시절에는 나와의 거리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멀리 떨어진 사람, 그래서 그 사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인연이 다한 사람을 사진 속에서 붙들고 있은들 무슨 소용이랴.
나이 들어서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더~ 더~ 더~’를 외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이제 서서히 무엇을 버리고, 그 흔적을 지우는 데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무엇을 가지려고 하기보다 가진 것을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나는 가진 것이 많지 않으니 보낼 때에도 그리 섭섭지는 않을 것이다.
 

ⓒ 놀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여행] 사계절 색다르게 품어주
광고
가장 많이 읽은 기사
황명선 당선인 “위대한 논산계룡금산의 지역발전과 더 행복한 미래” 다짐 / 놀뫼신문
[김태흠의 생각] 민심은 다시 돌아옵니다 / 놀뫼신문
논산보호관찰소, 1분기 적극행정공무원 ‘이정주 계장’ 선정 / 놀뫼신문
[기업탐방] 세계 잼의 표준이 된『복음자리』 / 놀뫼신문
양촌 ‘폭탄공장’으로 주민들의 심리적 내전 상태 / 놀뫼신문
‘이한철 밴드 & 최백호 밴드 콘서트’ in 논산 5월 10일 공연 / 놀뫼신문
양촌장어구이 리뉴얼 오픈 / 놀뫼신문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 걷기 행사’ 개최 / 놀뫼신문
논산시, 봄철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수칙 홍보 / 놀뫼신문
[표지초대석] 권선옥 논산문화원장 "문화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 놀뫼신문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