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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찍다] 수로와 선로 사이, 태국이 건네는 ‘뜨거운 생명력’

놀뫼신문 | 기사입력 2026/03/25 [14:45]

[여행을 찍다] 수로와 선로 사이, 태국이 건네는 ‘뜨거운 생명력’

놀뫼신문 | 입력 : 2026/03/25 [14:45]
  
3월의 태국은 이미 계절을 앞지른 여름의 한복판이었다. 도심의 소음이 깨어나는 오전 7시, 방콕의 도심 아속(Asok) 역을 떠나 남서쪽으로 100km를 달렸다.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160년 세월을 품은 담넌싸두억의 물길과 매일 아슬아슬한 기적이 울리는 매끌롱의 선로다. 삶의 경계 위에서 일궈낸 태국인들의 생명력은 집요했고, 무엇보다 찬란했다.
 

 

 

 

 

160년의 시간이 고인 물길, 담넌싸두억(Damnoen Saduak)
 
담넌싸두억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다. 1866년 라마 4세가 농민과 어민들의 교역을 위해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했으니, 이곳은 160년이라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역사의 현장이다. 좁은 수로를 가득 메운 목선들은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퍼즐 조각처럼 맞물려 흐른다.
 
배 위에서 즉석으로 말아내는 쌀국수의 구수한 향기, 보석처럼 빛나는 망고와 망고스틴의 원색이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상인의 가격 제시에 가벼운 미소로 화답하며 적정가를 찾아가는 과정은 이곳에서만 허락된 즐거운 '밀당'이다.
 
이곳의 감성은 한마디로 활기찬 삶의 교감이다. 노를 젓는 상인의 상기된 표정과 힘찬 몸짓에서 전해지는 에너지는 여행객들에게 단순한 구경을 넘어선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수로 위에서 배와 배가 맞닿으며 오가는 흥정과 정겨운 외침은, 낯선 이방인조차 금세 이 활기찬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묘한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시끌벅적한 메인 구역을 한 뼘만 벗어나면 시장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관광객의 소음 대신 빨래가 흔들리는 수상 가옥의 일상, 이방인에게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미소. 그 평온한 대비는 삶의 치열함 뒤에 숨겨진 강렬한 위로를 건넨다.
 

 

 

 

 

기차와 일상의 기묘한 동거, 매끌롱(Maeklong) 철길시장
 
담넌싸두억에서 10여 분을 달리면 전혀 다른 차원의 전율이 기다린다. '위험한 시장'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매끌롱 기찻길 시장이다. 이곳의 매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막힌 '공간의 미학'에 있다. 기차가 오지 않는 시간, 선로는 시장의 통로가 되고 사람들은 그 위를 보도처럼 걷는다.
 
정적을 깨는 경적 소리와 함께 마법이 시작된다. 상인들은 숙련된 아티스트처럼 차양막을 접고 물건을 뒤로 물린다. 육중한 기차가 단 몇 센티미터의 간격을 두고 노점을 스쳐 지나는 광경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기차가 지나가기 무섭게 1초 만에 다시 천막을 펼치는 그들의 태연함 속에는, 어떤 환경에서도 삶을 지속해 내는 인간의 강인한 적응력이 깃들어 있다.
 

 

 

 

 

방콕의 밤, 완벽한 쉼표가 된 ‘SW1 MARKET’
 
여정의 마침표는 다시 아속역이다. 최근 방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야시장 'SW1 MARKET'은 앞서 만난 시장들과는 또 다른 결의 에너지를 품고 있다.
 
거친 생명력의 현장을 지나 당도한 이곳은 현대적인 세련미와 정돈된 질서가 돋보인다. 정찰제의 편리함과 쾌적한 시설은 여행자의 피로를 부드럽게 씻어준다. 경쾌한 팝 음악 아래 국적 불문의 여행객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평화롭기까지 하다.
 
전통의 물길에서 시작해 치열한 철길을 거쳐, 현대적인 야시장의 불빛으로 마무리된 하루. 태국은 과거와 현재, 치열함과 여유가 공존하는 입체적인 매력으로 다시금 여행자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여행 Tip]
  • 담넌싸두억의 활기는 오전 9시 전후가 절정, 방콕에서 이른 아침 출발
  • 매끌롱의 하이라이트를 보려면 기차 진입 시간 미리 확인
  • 36~37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시원한 생코코넛 워터(전해질 음료) 추천
   
- 글‧사진 여병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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