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쌘뽈여고 교정이 들썩였다. 일본 야츠시로시라유리학원고등학교 학생 24명이 한국의 자매학교를 방문해서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환영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에는 ‘八代白百合(야츠시로시라유리)’라는 다소 낯선 한자가 눈길을 끈다.
천주교 재단이라는 인연으로 맺어진 자매교의 20주년 기념식 1부는 축사의 향연이었다. 박양훈 논산계룡교육지원청교육장과 한일 양측 교장의 기념사, 20년 중간중간에 애써온 수녀님들 경과보고 내지는 추억담, 학생대표들의 환영사와 답사.... 이들 통역의 대부분은 이원하 일본어교사가 맡았다. 통역으로 시간은 곱절 늘어났지만, 언어 교차를 통해서도 한일 양국이 하나로 융합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선물 교환으로 잔치분위기는 더 무르익었다.
학교초입 복도에 일본 자매교 소개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 일본 물건(선물)들이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2부 행사가 열리는 강당 벽도 온통 도배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풍습을 소개하는 각양각색 콘텐츠가 즐비해서다. 화려한 문화 교류의 장에서 펼쳐진 2부는, 양교 학생들의 신나는 놀이한마당! 중학교 난타부 퍼포먼스가 강당을 울리면서 시작된 환영공연은, 전반부는 쌘뽈친구들이, 후반부 바통은 일본친구들이 받았다. 사회자 학생의 유창한 일본어 구사는 오랜 친구와의 수다처럼 들렸다.
양국간 문화 교류는 합창, 수화, 댄스, 검도, K-POP 공연, 퀴즈, 밴드부 연주 등으로 다채로이 펼쳐졌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에 “저 아이들 책상에만 앉혀 두면 큰일 나겠네”하는 즐거운 기우마저 들었다. 이 청소년들의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에너지가 지역 행사에서도 마음껏 발산된다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스쳤다.
수화, 퀴즈 등은 다소 교육적 색채를 띠었지만, 일본 2년생들의 퀴즈시간에 일본 톱가수들의 댄스곡 뮤직비디오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백미는 남성 교직원 합창단이 '오빠 부대의 원조'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부를 때였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겠네”라는 가사가 일본어 자막과 함께 흘러나오자, 현해탄을 잇는 연육교처럼 느껴졌다.
연육교는 홈스테이로 이어졌다. 하교 후 일본학생들은 한국친구 집으로 향했다. 일본 친구 두 명을 동시에 맞이한 1학년 학생은 “부모님과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녀서”라는 호스트 참가 동기를 밝혔다. 그녀는 말한다. “언어는 통역기를 써야 해서 조금 불편했지만, 다이소, 홈플러스, 올리브영을 누비는 쇼핑에는 지장이 없었어요! 저녁으로는 일본에 없다는 K-삼겹살 파티 신나게 즐겼고요, 일본에서 가져온 선물 받을 때는 정말 감동 '먹었지' 뭐예요~”
백제 후예들이 써가는 한일사
다음날 일본친구들은 유교문화축전 준비로 한창인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을 찾았다. 인성교육프로그램 <헤리티지 TALK TALK>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특별전 관람 후 한복 체험, 다도 체험을 했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기획전시 ‘시시각각(時視各各)’으로 비교문화사적 시선을 가져보았다. 한국과 일본의 차 문화를 비교 체험하는 시간은 양국의 깊은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유교의 예절 속에서 같은 듯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교류’의 장이 되었다.
점심 식사 후, 일본 방문단은 백제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부여와 공주를 거쳐 서울 명동으로 향했다. 쌘뽈여고 자매교와의 이번 여정은 2박 3일 짧지만 색다른 문화 체험의 연속이었다. 양교의 교류는 이번 20주년 행사를 기폭제로 심화될 전망이다. 내년 2월에는 쌘뽈여고 학생들이 일본을 방문하여 충청 지역의 세계문화유산인 돈암서원과 백제역사지구 탐방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샤르트로 성바오로 수녀회 소속인 두 학교는 2006년 자매결연을 맺은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으며 교류해왔다. “앞으로도 두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톨릭의 가치와 정신을 구현하고, 국제적 매너와 소양을 지니도록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겠다” 20년간 국제 교류, 문화 이해와 우정의 장을 이어온 쌘뽈여고 조미영 교장의 포부다. (상세기사 이어짐)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