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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계룡영재교육원, 사사교육과정 발표회] 지방영재들의 팀플레이, 세계적인 시너지
- 방학 중 사사교육 성과물 공개
- 발표 통한 자기학습과 공동학습 효과
- 공동체 훈련과 집단지성 향한 디딤돌
기사입력  2025/08/25 [15:10]   놀뫼신문
 

 

지난 23일, 논산계룡 영재 127명이 모였다. 여름방학 동안 나흘간 16시간 집중 사사교육을 받은 뒤, 그 결과를 건양대학교와 계룡시청소년별마루센터에서 발표한 것이다 
 
사사(師事), 주제설정과 집중교육
 
사사교육과정은 3~5명이 팀을 이루어 탐구주제를 정하고, 창의적으로 과제를 풀어가는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영재교육에서 말하는 ‘사사(師事)’는 ‘스승에게서 배운다’는 뜻 그대로다. ‘연구반’,  ‘멘토링’에서처럼 지도교사가 제시하는 주제를 학생들이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공동연구·학습이다. 
 
올해 팀별 탐구 주제는 35개였다. 이 주제에 따라서 수학과학통합반, AI-SW반, 인문사회반 학생들이 이합 집산하였다. 사사교육 수료 후 발표는 팀별로 진행되었다. 발표회 자리에는 250여 명의 보호자도 참석하였다. 발표 1번은 논산초등5학년 A팀의 “문화재 속에 담긴 수학적 원리 탐구하기”이고, 마지막 35번은 중학교 인문사회팀의 “생애사 써서 출판하기”. 이 중에서 기자가 참관한 발표회는 건양대학교 생각나눔소에서 10:30부터 두 시간여 걸쳐 진행된 여덟 팀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중2수학과학통합반의 네 팀과, 인문사회반 네 팀의 발표장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수학과학반] 엘리트의 생활밀착형 연구
 
초중 이과격인 수학과학반과, 문과격인 인문사회반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영재니 천재니 하면 대개는 이과쪽을 꼽는다. 중2수학과학반 발표는 “재활용품을 이용한 자원 순환 활동 탐구”에서 “기후·환경과 수학”으로 이어졌다. 
 
발표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학생들 태도가 돋보였다. PPT 대신 미리캔버스를 활용했고, 어조는 전문가 포스 풀풀~ 자신감 뿜뿜이다. “올해 우리반 선발 시험 지원생은 100명 웃돌았고 그 중 16명만 선발되었죠. 들어와서도 수업 빠지거나 불성실하면 바로 탈락인데, 이들은 나이스 생기부 외에 GED 생기부를 추가 생성하여 관리 운영하는 최상위권 아이들이랍니다.” 정경락 팀장의 중등2수학과학탐구반 소개이자 자부심이다. 
 
과학반 발표 주제 나머지 둘은 공기정화식물, 물정화장치로 실생활과 직결된 주제였다. 공기정화식물은 학생들뿐 아니라 실내근무나 집콕이 대다수인 현대인들에게 절실한 생활형 연구주제다. 과학반의 식수, 재활용 등도 같은 맥락이다. 수학반은 태풍을 수학으로 풀어내면서, “수학의 쓰임새가 이렇게 광범위한 줄 몰랐다”는 자평도 내놓았다. 
 

 

[인문사회반] 청소년도서? 이젠 우리가 정해
 
인문사회반 분위기는 다소 자유로웠다. 논산계룡교육지원청에서 인문사회반은 중1~2 대상 총 16명으로, 올해 처음 개설되었다. 방학 중 사사교육은 A~D 네 반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한쪽은 책 읽는 쪽, 나머지는 책 만드는 쪽으로 갈라졌다. 직접 써야 하는 생애사는 지원자가 많아서 논산/계룡 나누어 진행됐다. 
 
인문사회 A반의 발표자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청소년 소설 읽고 서평 나누기>라는 힙한 타이틀을 띄워놓고, 서평가로 섰다. “독후감과는 달리 서평은 타인에게 책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작업”이라 정의한 다음, 세 명이 펼치는 책은 환타지적 요소도 다분했다. 이대현(대건중)은 작가 이꽃님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평했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편지 형식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소개하면서 심장을 저격한다. “당신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편지가 있나요?”
 
김준희(연무중)가 마이크를 건네받으면서 소개한 책은 이로아의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나에게 배려란 아무 말 하지 않는 것, 추모란 계속 기억하는 것, 사람은 기억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라는 교훈을 주었다”면서 “당신의 배려는 누군가에게는 아픔일지도, 위로일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겼다. 전서연(계룡중)이 무대에 올린 책은 <다이브> 단요의 작품으로, 2057년 홍수로 물에 잠긴 한국 배경이다. “수호는 기계와 인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지만, 후반부에서는 결국 자신이 어떤 존재로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인 사람들이 자아정체성 찾는 길을 알면 좋겠다”는 추천 및 평을 덧붙인다. 
  

 

   

[영상책] 모방과 창작 사이
 
청소년 스스로 추천하는 도서는 인문B반 <나도 AI 북트레일러 작가 활동>에서도 이어졌다. 북트레일러란 유튜브에서 책 소개하는 사람인데, 시선 강탈을 위해 각양각색 동원한다. 이 팀의 세 학생이 동원한 것은 챗GPT, 핀터레스트, 캐럿 등이다. 첫번째 AI로 만든 책은 일본의 단편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 원제는 『雷神(뇌신, 라이진)』 미치오 슈스케 작이다. “이 영상에는 BGM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안내자막도 고은(용남중) 영상 실력의 일면을 보여준다.
 
두번째로 영상화된 작품은 최진영 작가의 <해가 지는 곳으로>. “생명은 여전히 고귀한가, 살인은 아직도 최악인가” 이런 핵폭탄급 화두와 함께 “재난 상황에서도 인류애와 우정이 희망이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상에서는 글자를 휙휙 빠르게 필기해나감으로써 영상독서의 긴박감을 고조시켰다. 같은 쌘뽈여중 정소예에 이은, 문태빈의 영상책은 <오백년째 열다섯>. 김혜정 작가의 작품이다. 단군왕검이 여우, 호랑이, 곰에게 “인간이 되려느냐” 타진했을 때 여우는 거부하면서 호랑이와 전쟁을 벌이는데...  1권에서 4권까지 다 읽게끔 스포일러가 아닌 선에서 멈춘다,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인연이 따라왔다”는 메시지와 함께. 
  

 

 [생애사] “내가 쓰면 달라요”
 
이상 소개된 6권은 예전 청소년권장도서 내용들과는 클라스나 발상이 달라보였다. 비현실과 현실 오가는 사이에, 발표는 현실적인 <생애사 쓰기>로 이어졌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내 손으로 직접 기록해가는 개인사, 생애사 시간이다. 논산 김홍신문학관 팀에게는 두 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내 생애사 + 좋아하는 사람 생애사”  타인 이야기로는 서희우의 <가수 Benson Boone>, 신서율의 <발레리나 강수진> 최원진의 <작가 백온유>, 유서은의 <배구 김연경> 같은 셀럽들이 선정되었고, 프로파일러 꿈꾸는 유수아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바다’라는 비유로 풀어갔다. 
 
계룡시 별마루팀의 생애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9가지 주제로 하여 구체화해 나갔다. 내 방 속의 나, 내가 꿈 꾸는 것, 나의 삶을 바꾼 ○○, 부모님의 생애사, 20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의 소주제들을 채워나간 것이다. 김다인은 “내 인생은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청소년 소설”로 풀어냈다. 이아인은 타이핑 실력 등을 예로 들면서 “보잘것 없는 나날이라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 이젠 하나의 멋진 이야기처럼 보인다”며 자기변신을 뽐냈다. 꿈 고르기가 어려웠다는 김도현은 “안정적인 직업 갖고 사회성도 키울래요” 같은 소박한 포부를 밝힌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로 시작된 ‘보물’ 노래와 함께 정채원은 엄마의 생애사를 들려줬다. 집안 사업 실패의 아픔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지켜온 엄마의 이야기를 낭랑 풀어내는 모습은, 영등포 시장 이야기 『삼오식당』의 작가 이명랑의 ‘명랑체’가 오버랩된다.
 

 

 

 

합평 통한 합득(綜合所得)
 
글쓰기 작업에서 건너뛰면 곤란한 과정이 합평(合評)이다. 내 글이 오픈되기 전 독자들의 반응을 접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인문사회반에서 합평은 자칫 부작용도 초래하지만, 작가 특유의 갇히기 쉬운 골방문을 자연스레 열어 주는 효과가 만만찮아서다. 
 
수학과학반의 산출물발표회도 합평의 연장선상이다. 연구 실험한 과정과 결과를 사장시키지 않고 공유함으로써 사제 당사자는 물론 친구, 가족 들이 함께 공부하고 응원 격려하는 시공이 되어주어서다. “산출물 발표회를 통해 자기주도성과 협업역량을 증진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활동을 다각도로 펼쳐나가겠다.” 박양훈 교육장의 격려사다. 역사를 이끌어온 주인공은 한때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협업하는 영재들이다. 한류와 함께 한국인의 IQ EQ는 천정부지다. 삼천리 방방곡곡 숨어 있는 잠재력이 속속 드러나는 시절, 바야흐로 낭중지추(囊中之錐) 전국시대다.
 
- 이진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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