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아남기에는 너무나도 나약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협업’ 능력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효율적인 ‘소통’이다. 하지만 소통은 협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협업에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소통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렇게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협업에 효율적인 소통이 더해졌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대방의 생각을 공감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상상하는 ‘창의력’이 발달하게 되었다.
우리 논산시도 시정을 펼쳐가는 입장에서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협업하기 위해 이름만 열린홍보실을 두고 1년에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홍보실은 지역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시정의 방향과 내용을 시민들에게 홍보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공동체에 전달해 소통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말들이 상호 종합적으로 더욱 공감되어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끝없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작금의 열린홍보실은 어떠한가?
사소하건 중요하건, 시민들이 궁금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시장의 일거수일투족만 보도자료로 제공해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듯 대동소이한 기사만 넘쳐난다. 그렇게 홍보실이 본연의 업무를 유기하면서 시장의 그림자 뒤에 숨어버리는 그 순간, 저잣거리에는 “시장 측근이 시청 사업에 연루됐다”,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충남도경에서 7시간 조사를 받고 곧 기소된다”는 등 해괴한 소문만 무성하다.
본지는 지난해부터 논산을 하나로 쩜매주는 ‘논산아리랑’을 기획해 6월 10일 대망의 제작발표회를 가진다. 생각만해도 감동의 순간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우리 민족은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는 두레와 같이 큰일을 겪을 때마다 ‘밥 열 숟가락으로 한 그릇을 만드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지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열린홍보실은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올린다’는 이른바 일반(一飯)에 십시(十匙)하는 얍삽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본지와 같은 언론매체는 열린홍보실을 통해서 논산시와 협업을 한다. 그러나 논산시 열린홍보실에는 ‘협업’이라는 단어나 의미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창의력은 전무하고 공감이 안되는 일상적이고 일방적인 보도자료 배포와 시장의 심기경호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런 결과 행사 때마다 시장이 만기친람의 깨알같은 시정홍보를 하다보니, 축사(祝辭)가 매번 ‘축’ 늘어진 ‘긴 이야기’로 변질되면서 듣는 사람은 보는 사람 모두 피곤해 한다.
고산 윤선도가 효종에게 ‘환양망익(豢羊望翼)’이라는 상소를 올렸다. “팔다리가 있어야 사람이 되고, 훌륭한 신하가 있어야 성군이 된다”는 서경의 말을 인용하면서, “삿된 이를 어진 이로 보거나, 지혜로운 이를 어리석게 여기는 것, 바보를 지혜롭게 보는 것 등이 바로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통상적인 근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땅한 인재를 얻지 못한 채 나라를 다스리려 한다면 ‘이는 양을 길러 날개가 돋기를 바라는 것(豢羊望翼)’과 같아 나날이 위망(危亡)의 길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상소했다.
‘정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爲政在人)’는 공자의 말을 새삼스리 꺼내드는 이유는 민선8기가 어느덧 절반이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백성현 시장의 포트폴리오가 궁금해지는 까닭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