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행복은 주변 이웃들을 위해 베푼 고생이며, 사랑이 있는 고생을 했다는 점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말씀이다.
귀촌 이후, 필자는 농촌 공동체에 관심이 커졌다. 6년의 짧은 시골살이로 농촌 라이프를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정서적 허기가 충족되어가며 문득문득 행복하다는 말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를 발견하며 귀촌이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도시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관심 밖이고, 층간 소음 분쟁, 주차 시비 등 이웃 간 갈등이 점점 더해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여느 농촌 마을이 다 비슷하듯, 시골 마을은 한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그 집안 사정을 멀리 나가 있는 형제들보다 이웃이 더 잘 안다. 일상의 공유 또한 자연스럽다.
필자의 경우는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마을방송 덕분에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 지자체 정보까지 제공받고 있어 마을의 일원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귀촌 초기에는 마을 주민들과 데면데면했다. 몇 해 동안 도시와 농촌 반반의 생활을 하다 보니 경계인의 생활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 단체를 통해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마을 분들과도 친해지는 계기가 있었고, 지금은 함께 활동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되었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 사람인 줄 알았는디, 삭삭도 하지. 노인네들 맘을 어찌 그리 잘 알고 말도 참말로 예쁘게 혀” 마을의 여자 노인회장님은 유독 필자를 예뻐하신다. 손수 담근 청국장이며, 곶감, 들깨, 참기름을 만날 때마다 하나씩 건네주신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태영 씨가 부르면 우리는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되어있어요. 뭐든 시켜만 주고 뭐든 함께 해요.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라며 수줍게 미소 짓는 부녀회장님의 무한긍정도 감동이다.
‘인간의 행복은 마음속에 관심이 있는 대상이 존재하는 상태이며, 그 대상을 향해 스프링처럼 튀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가 행복한 상태’라는 행복 연구가 최인철 교수(서울대 심리학과)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늘 걱정과 불안이 느껴지는 일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를 위해 혹은 이웃을 위해 ‘행복 넛지’를 작동시켜볼 것을 권한다.
옆구리를 슬쩍 찔러주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넛지(nudge)’의 사전적 의미처럼 행복을 위해 서로에게 행복 넛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우울감에 빠져있는 이에게는 함께 걸어보자고 하고, 무료함을 느끼는 이에게는 찬거리 사러 장터에 나가보자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누군가에게는 삶의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될 수도 있다. 103세 철학자가 행한 사랑이 있는 고생, 우리도 한번 따라 해보자.
▲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라이프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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