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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뫼단상] 가을이 오는 소리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1/09/07 [15:43]   놀뫼신문

 

어제 저녁 거실에 앉아 있는데 낯선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자세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그동안에는 들려오지 않았던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였습니다.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아하~ 가을이 오는 소리로구나~” 소리를 녹음하여 동남아에 있는 지인에게 보내줬습니다. 답장이 왔는데, 그곳에는 거의 계절의 변화가 없어서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을 보내고 나면 봄에 아름다운 꽃이 피는 한국이 참 좋은 곳이라는 아쉬움을 털어 놓더군요. 

 

자연의 조화와 균형이 주는 아름다움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 주변의 여러 산업 가운데 가장 자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이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다 알고 계시듯이 농업과 어업이겠지요. 특히 농업은 모든 계절마다 다양한 작물을 여러 모양으로 심어 키우는데 작물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씨 뿌리고 풀 매고, 북돋우고 거름 주고 하는 일에 자연의 때를 맞추지 않으면 제대로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류는 오랜 세월을 통해 이 자연의 때를 이겨 보려고 노력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가뭄에 대비하여 저수지를 만들고, 파종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모종을 키우고, 얼른 자라게 하려고 각종 비료와 농약을 개발하고 하는 등등으로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질서 앞에서는 이런 것들도 때로는 무력하게 마련입니다. 결국 인간의 삶은 자연의 질서가 주는 조화와 균형에 순응하면서 거기에 인간의 지혜를 조금 더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이때쯤 가장 긴장하고 있을 우리 고등학생들과 그 부모님들을 생각해 봅니다. 이제 70여일 정도 있으면  대학입학 수능시험이 치루어집니다. 10여 년간 이날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코로나 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공부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보면 때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수능시험에서 평가하는 대상은 언어나 수리, 사회, 과학 등 지적인 측면만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가 지적인 능력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학생들 IQ와 EQ, 함께 개발해 주어야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 온 지표가 IQ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지표는 특정 연령대의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보는 것으로 대체로 100점 정도가 평균으로 나오도록 설계된 검사입니다. 또 이를 검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여서, 일률적으로 이 점수를 신뢰하고 이에 의해 아이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 점수는 연령이 달라지면, 즉 연령이 높아지면 점점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린 시절 측정된 이 IQ를 가지고 사람의 평생을 점치려고 하니까 조금 안타깝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에는 지적인 능력이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다른 것들이 많이 있겠지요. 이웃의 마음을 읽고 함께 해 주는 공감능력, 자신의 행동에 대해 뒤돌아보면서 더 나은 삶을 기약하는 자기성찰능력,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 하면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소통 능력 등등 단순한 인지적 능력 이외에도 많은 능력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런 능력을 감성지수(EQ)라 부르기도 합니다. 또 사회성지수(SQ)라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수능시험을 앞둔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미래에 이 사회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에게 단순한 IQ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EQ, SQ가 고르게 균형과 조화를 이룬 교육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니겠지요?

 

▲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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