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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차한잔] 흰 소를 꿈꾸며
이미숙 시인 (논산출생)
기사입력  2021/02/08 [12:40]   놀뫼신문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혼자서 차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2020년 한 해를 보내면서는 더욱 그랬다. 그리운 사람들은 늘 멀리 있었고 설령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도 볼 수 없었다. 삼가야 했다.

사랑하는 만큼 거리를 두라니, 이런 어불성설이 없다. 지난 번 눈 내리던 날 길이 유난히 미끄러웠던 것은 서로 오가는 발자국들이 찍히지 않았거나 이미 지워졌기 때문이었다. 휘휘 빈 가지로 겨울바람 지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웃거나 울고 싶었고, 춤을 추고 싶었고, 때로 며칠 동안 깨어나지 않을 깊은 잠에 들고 싶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맥줏집에서 땅콩을 집으려 할 때 꼭 반대편 끝에 있다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하면 나를 지나 올라가고 있고 올라가려하면 내려가고 있다거나 등등. 적어도 가려는 길이 평평하지만은 않았다. 갑갑하고 가려웠다. 

2021 신축(辛丑)년 소의 해가 이미 시작되었다. 시골(벌곡 어곡리 솔골)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소가 매우 친숙하다. 학교를 파하고 오자마자 소에게 줄 꼴을 베러 다니기도 했고 직접 풀밭으로 끌고 나가기도 했다. 소가 풀을 뜯고 있으면 어줍잖은 솜씨로 하모니카를 불어주기도 했다. 오빠들 손을 잡고 소의 등에 타기도 했었는데 그때의 높이가 너무도 아찔하여 눈을 감았더랬다.

풀밭이나 외양간에서 되새김질을 할 때의 소의 눈망울을 기억한다. 소의 표정을 기억한다. 무언가를 이루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어떤 막연한 슬픔이나 절망도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화롭고 세상의 잡다한 일들에 의연했다. 밭을 갈고 와서는 호박이든 콩깍지든 고구마든 주인이 주는 대로 골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이전 시골에서는 소가 재산목록 1호였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어쩌다 시골 마을에 들러도 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농기계에 밀렸다.

며칠 후면 우리의 전통 명절인 설이다. 우리 가족은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설 지나고 추이를 보아 모이는 걸로 정했다. 가족 간에도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니, 차마 웃을 수가 없다.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들의 입장도 불효의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은 개념으로서의 효를 실천하는 것으로 여겨져야 하는 것이다.

소를 뜻하는 축(丑) 자는 소의 입에 재갈을 물린 형상이라고 한다. 묘하게도 마스크로 입을 가린 우리 인간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천천히 걸어도 천 리를 갈 수 있다는 소의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주고받는 말들도 사납지 않았으면 한다. 얼굴 마주보고 차 한 잔, 술 한 잔이면 수월하게 풀릴 문제가 말 한마디로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코로나19처럼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서로의 관계 속에서 더 삼가고 아름다운 일들 행해서 웃을 일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지난 일처럼 이야기하며 말갛고 정다운 눈빛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한 해 내내 흰 소를 만났을 때처럼 길한 일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 이미숙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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