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특히 노인들에게는 고역에 가까운 일상의 연속일 것이다. 필자가 산책 중 만난 마을 어르신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녀. 그전에야 매일 회관 나가 여럿이 밥해 먹고, 운동도 하고 한글도 배우고 심심할 틈이 없었지. 코로나 터지고는 방송에서도 그러고, 우리 자손들도 나가면 죽는다고 집에만 있으라고 수시로 전화 와서 그러지. 코로나로 죽는 게 아니라 외로워서 죽을 지경이여”라고 하시는데,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며칠 뒤, 대화를 나눴던 어르신 댁을 방문하기로 했다. 어르신에게는 만나고 싶었던 이웃 주민 두 분만 초청하라고 미리 말씀을 드렸다. 미니오븐과 냉동생지를 준비해서 어르신들과 함께 쿠키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6가지 색상의 쿠키 반죽(생지)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름, 좋아하는 꽃,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고 만드는 작업을 이어갔다. "어릴 때 흙 만지고 놀던 때가 생각이 나네. 말랑 말랑한 이게(생지)참 좋아”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촉촉한 눈망울은 이미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두 시간에 걸쳐 완성한 쿠키를 오븐에 구워내는 동안 어르신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생전 처음이지. 내 이름을 쓸 일이 뭐가 있어. 그려도 한글 선상한테 배운 덕에 이걸 다 써먹네”, “나는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 해바라기 꽃은 참말로 좋아 혀. 내가 만들고도 고거 참 이쁘네. 잘혔지”, “우리 손자가 좋아하는 자동차여. 그놈 얼굴 못 본지가 너무 오래됐어. 이거 사진 찍어 우리 애들한테 좀 보내주면 좋겠구먼” 처음에는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던 분들이 어느 순간 몰입하며 자신의 마음을 쿠키에 표현하고 그 과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필자의 마음도 흐뭇해졌다.
180도 고온에 구워낸 쿠키를 포장해드리니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사람 축에도 못 들어, 젊은 사람들은 우리하고 말도 안 섞어. 근디 오늘은 참말로 기분이 좋네. 맨날 집에서 티비만 쳐다보다 잠드는 디, 솔직한 말로 그 길로 갔으면 할 때도 있어. 이런 거 자주 하믄 좋을 거 같어, 담에는 우리 손주들 이름도 만들고, 영감이 잘 먹던 딸기도 만들어 보고 싶은디. 그렇게 해줄 수 있어”라는 말씀에 흔쾌히 승낙했다.
통계청 지표(2017년)를 보면, 전체 노인들 중 21.1%가 노인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그 비율은 더 증가 추세일 것이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노인 우울증 예방법은 평소에 부모님을 비롯해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취미생활과 규칙적인 일과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바쁜 일과 중에도 시간을 정해 전화하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은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관심이 보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독거노인 가정을 직접 방문해 말벗도 해드리고, 건강 문제들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사업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환영할 일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소통하는 분위기,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극복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 노태영(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라이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