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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노트] 노성면 송당리 한글대학 주옥화 님 "한글대학 반장 이쁜이 할머니"
기사입력  2020/09/22 [17:19]   놀뫼신문

[인생노트] 노성면 송당리 한글대학 주옥화 어르신

한글대학 반장 이쁜이 할머니

 

노성면 노성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지붕이 낮은 아담하고 예쁜 구옥에 사시는 주옥화(朱玉花, 76세) 할머니. 개망초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뜰을 지나 할머니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노랑둥이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어느 여름 날 오후 그 집 툇마루에 앉아 할머니의 지난 이야기를 청해 보았다.

 

 

 

“내는 강원도에서 왔지메요~”

 

할머니의 고향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이다. 고개를 바짝 쳐들고 보아야만 하늘이 빼꼼 보이는 두메산골 마을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딸만 여섯 있는 집의 맏딸로 태어났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무척 예뻤다. 그래서 별명이 ‘이쁜이’란다.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의 엄마를 ‘이쁜이 엄마’라고 불렀단다.

할머니의 아버지는 할머니가 9살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6·25 격전지였던 고향 땅에는 버려진 수류탄이나 불발탄들이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주워 홍천강에 나가 던지면 고기들이 허연 배를 드러내며 물 위에 떠오른다. 그것을 주워 가지고 와서 반찬을 해먹었다.

하루는 아버지가 작은아버지와 그 수류탄을 들고 고기를 잡으러 홍천강에 나갔다가 그만 폭발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 던지려는 순간 작은아버지가 아직 강 속에서 나오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는 그 수류탄을 어쩌지 못하고 그냥 손에 쥔 채 폭발시켜 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이러한 황망한 사망으로 어린 여섯 딸들을 어머니가 홀로 키웠다. 그러니 9살 맏언니인 그녀는 동생들 돌보고 일 나간 어머니 대신 집안일 돌보는 살림 밑천 역할을 톡톡히 해야만 했다.

고향 산골은 농사지을 논이나 밭이 귀했다. 그래서 비탈에 조그만 밭을 일구어 콩이나 조를 심었고, 여름에는 산에서 머루를 따고 느타리버섯이나 표고버섯 등을 채취하여 살림에 보태야만 했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은 고달팠다.

 

▲ 자매들과함께     ©

 

▲ 합성한 결혼사진     ©

 

▲ 남편과 막내와 함께     ©

 

▲ 딸 노성초등학교 졸업식     ©

 

 

홍천, 횡성, 원주를 거쳐 충청도로

 

할머니는 22살 때 한 고향 사람인 전현순 님과 결혼했다. 그리고 홍천을 떠나 인근 횡성 둔내로 이사했다. 거기서도 오래 살지는 못했다. 다시 원주 시내로 나와 살았다. 이렇듯 여러 곳을 전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살림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원주라는 큰 도시로 이사 온 할머니 가족은 밑천이 없어서 장사도 못하고 이 일 저 일을 하며 근근히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남편의 외삼촌이 사는 지금 이곳 충청도 논산 노성면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제 이곳에 온 지는 44년이 되었습니다. 남편과 사이에 1남 4녀를 두었는데, 막내만 이곳에서 낳았고, 나머지 위의 오빠 언니들은 모두 강원도에서 태어났지요. 그래서 막내가 하는 말이 ‘나만 충청도’라고 말한답니다(웃음).”

할머니 가족은 이곳 논산 노성면에 정착하면서부터 조금씩 터를 잡고 뿌리를 내려 이제는 토박이 충청도 논산 사람보다 더 이 고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할머니의 말씨는 강원도 특유의 사투리가 남아 있어 몇 마디만 해보면 이곳 사람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 가족사진     ©

 

 

▲ 가족사진     ©

 

 

병마와 싸운 남편을 지키다

 

남편은 젊어서부터 술과 담배를 즐겼다. 그러다 55세가 되던 해에 중풍으로 한 번 쓰러졌다. 그 후로는 힘든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65세부터는 파킨슨병, 뇌졸중 등으로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다.

남편의 거동이 불편해지자 그의 일상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러자 주위에서 모두 ‘요양원으로 남편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그러나 남편은 집에서 할머니와 생활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남편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줄곧 집에서 돌보았다.

“제가 아파서 수술을 받고 입원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동안은 남편을 돌볼 수가 없어서 25일 동안 요양원에 가 있었지요. 그때 남편이 식사도 잘 안하고 그렇게 저를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를 빼고는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답니다.”

할머니는 남편 몫까지 농사일을 해야만 했다. 그럴 때에도 남편은 집에 있지 않고 꼭 할머니를 따라 나와 그늘에 앉아서 일하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은 그렇게 일하는 할머니의 동무를 해주면서 논밭을 함께 따라다녔다.

한 번은 할머니가 남편을 보고 당부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와서 집에 지붕을 새로 얹을 것이니 그들을 잘 감독하다가 끝나면 돈을 주세요.” 지붕 값 130원을 주고 일하러 나가셨단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보니 지붕 일하던 사람들은 일을 끝내고 돌아가지 않고 차 안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더란다.

그래서 남편 보고 “왜 돈을 주어 보내지 않았느냐?” 물었다. “내가 돈을 주었는데도 그들이 안 받았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래서 당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말하더란다. 이렇듯 남편은 할머니를 의지했고, 할머니는 그런 남편을 옆에서 지켜주고 돌봐주었다. 그러던 남편은 70세가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 할머니가 그린 코코     ©

 

▲ 반려견 코코와 함께     ©

  

한글대학 고정 반장이자 당번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시고 집에 안 계시니, 동생들 보랴, 산에 가서 나무 하랴, 밥 하랴, 언제 학교에 가서 공부할 틈이 있었겠어요? 주로 독학을 해서 한글과 구구단을 깨우쳤답니다.”

횡성에 살 때 한 집에 선생님 부부가 함께 살았다. 그들에게 구구셈을 가르쳐달라 하여, 그때 구구단을 지금까지도 잘 써먹고 있단다. 할머니는 한글도 이와 같이 주로 독학을 하여 깨우쳤기 때문에 지금도 받침이 자꾸 틀린다.

현재 마을 한글대학은 처음에는 모두 6명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4명이 하고 있다. 그 중 할머니가 제일 막내다. 그래서 반장도 하고 당번도 하고 있다. 수업 시작 전에 미리 가서 방도 쓸고 닦고, 그리고 면사무소에 가서 복사도 해온다. 이런 교육준비는 물론 수업시간에는 보조교사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단다.

“너무 재미있어요. 한글 공부하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그놈의 코로나인지 뭔지 빨리 물러가서 한글공부 다시 시작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할머니는 현재 11년 된 반려견 코코와 함께 살고 있다. 코코는 면사무소에 정식으로 등록된 반려견이다. 할머니에게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누렁이다. 할머니의 건강도 예전만 못해서 요즘엔 자꾸 허리가 불편하시단다. 하루빨리 한글대학이 문을 열어 활기찬 할머니의 생활이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며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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