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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돌자 논산한바퀴] 영화 『저 산 너머』 촬영한 ‘논산순례길 7’
기사입력  2020/05/21 [18:03]   놀뫼신문

[다같이 돌자 논산한바퀴]

영화 『저 산 너머』 촬영한 ‘논산순례길 7’

 

1. 숙진리 오픈세트장

2. 대명리 꽃동산

3. 등굣길(극동통신 정문)

4. 방축리 복숭아밭

5. 검천리 뚝방길과 옹기목

6. 명재고택과 연산면 표정리

7. 반곡리 김대건 신부길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 촬영지가 논산의 비경(祕境)을 한껏 드러내주고 있다. 논산 순례길은 상월면 숙진리 세트장을 비롯하여, 총 일곱 곳이다. 역사성과 장엄함을 갖춘 논산8경과 아울러서 논산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을 만한 곳들이다. 

전라북도 아름다운 순례길 3코스는 완주군 비봉면에서 익산으로 이어지는 24.1km의 거리이다. 2012세계순례대회에서도 각광을 받았던 이 코스는 익산 나바위 성지가 종점이다. 여기서 매듭지어진 순례길을 끌어올려주는 벼리(綱) 꼭지점은, 강경 김대건신부의 사목성지다. 여기에 가세하여 논산에 ‘김수환추기경의 길’과 ‘바보공원’이 조성된다면 어떤 결과로 점화될까? 전라도 천주교 순례길 3코스를, 공주의 성지 황새바위로 접맥시켜 주는 현대판 홍예교(虹蜺橋)가 되지 않을까?

 

 

 

반곡리에 ‘김대건 신부길’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산너머’에는 ‘김대건 신부길’이 나온다. 촬영지는 양촌면 반곡리 273-12이다. 탑정호 자체는 아니고 바로 그 옆의 작은 연못 주변길이다. 역사적 사실로는, 나바위1길 146 나바위성지 부근이 맞다. 그러나 그 일대는 도로나 시설이 현대화되어서 촬영지로는 부적합하였다. 배 타고 들어온 갈대밭길 그대로인 곳을 멀지 않은 곳에서 헌팅한 결과가 바로 탑정호 주변 반곡리였다고 한다. 

지번 주소까지 알아서 내비를 켜도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거니와, 도착해 본들 어느 길이 김대건 신부길인가 실감하기 곤란한 광대역이다. 촬영지 팻말과 안내의 글 정도라도 설치해 놓으면 상황은 다소 달라지고 “아하, 여기가...” 비로소 감탄이 나올 거 같다. 

기자가 이명훈 로케이션 매니저(헌터)와 동행하여 둘러본 논산순례길 일곱 곳은, 숙진리 오픈세트장 외에 대부분이 그러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따라가는 현대판 순례길을 총람부터 해 본다. 

 

1. 숙진리 오픈세트장= 상월면 숙진2리 256-26(김수환 집)

[수환의 어린 시절]

2. 대명리 꽃동산= 대명리 산34-1(수환과 여자친구 선자의 꽃동산) 

3. 등굣길 = 부적면 덕평리 20-3(극동통신 정문; 아이들 등굣길)

4. 복숭아밭= 은진면 방축리 356(수환이 복숭아 서리하던 과수원) 

5. 검천리 뚝방길과 옹기목 = 벌곡면 검천리 452(엄마와 수환이 장터 갔다 돌아오는 길, 아빠와 새끼줄 공으로 축구하는 다리, 아버지 상여길. 수환은 옹기목에 올라가 ‘저 산 너머’를 생각하며 신부가 될 결심을 굳힌다.) 벌곡면 온빛자연휴양림에서도 촬영하였지만 사유지라서 건너뜀.

[신앙 선조들의 ‘형극의 길’]

6. 명재고택= 노성면 교촌리 306(추기경의 조부모 김익현 강말손의 신혼집이자 천주교 박해로 체포된 곳; 실제는 연산면 표정리)

7. 김대건 신부길= 양촌면 반곡리 273-12(탑정호 옆. 실제는 나바위1길 146 나바위성지 부근)

 

『저산너머』는 최종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성호 제작사 대표(리온픽쳐스)가 총괄한 영화이다. 40억 규모의 제작비는 논산 출신 기업가 남상원 회장이 전액 투자하였다. ‘저산너머’는 촬영차 전국을 거의 다 돌았지만 그 중에서 논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선이다. 2/3 정도면 엄청난 비중인데, 이렇게 논산을 집중 조명한 데에는 남상원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입김은 애향심에서만 발원했던 게 아니다. 우선 김추기경의 조부 김익현 살던 곳이 연산면 표정리였다. 오픈세트장이 있는 숙진리는 표정리와 지척지간이므로 역사적 개연성은 물론 필연성까지 부여할 만한 입지 명분이 논산에 있었다. 

 

숙진리 초가집 세트장

 

숙진리세트장 초가집은 지금은 빗장을 걸어놓았다. 작년 상황은 달랐다. 윤석헌 씨 소유인 이 12,000평 땅은 예전에는 고사리를 재배하다가 최근에는 고구마를 심어온 밭이었다. 그러던 이곳에 어느날 갑자기 초가집과 원두막이 세워지고 100년 전 시골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해바라기 같은 꽃동산 조성에도 400여만 원이 투입되었다. 토종연구회의 도움을 받아서 참외, 옥수수, 고구마, 배추 들이 심겨졌다. 이 중 참외밭이 원두막과 함께 멋진 신이지만, 촬영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강원도 영월에서 촬영을 마치고 난 다음에 찍으려고 좀 늦추었는데, 그 사이에 장마가 져 참외가 녹고 병충해를 입는 등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그거 하느라 돈 천은 날린 거 같여!” 거기서 농사짓는 일로 스탭진을 돕던 김도천 씨의 한숨이다. 

세트장은 올해에도 계속 관리중이다. 봄에는 명재고택 윤완식 이사장의 협조로 병사리 유봉영당에 있는 오죽(烏竹)도 캐다 심었다. 올해는 느티나무, 감나무 등 나무 위주로 심었는데, 거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여건이 무르익으면 숙진리 세트장을 김수환추기경공원으로 성역화하려는 구상에서다. 단, 이 계획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영화흥행이 웬만큼 궤도에 진입해야 하고, 부지를 시에 기부채납할 경우 논산시에서 적극행정으로 받아주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이다. 

풀빵가게, 우물(관정), 가마터 등 이 영화속 시설물들은 시 차원에서 조성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기경 관련 조형물도 세워야 하고 영화상영이나 콘서트가 가능한 야외무대도 갖추어져야 한다. 현재 김수환 추기경 생가는 경북 군위에 조성돼 있다. 그런데 거기를 다녀온 사람 중 혹자는 “숙진리 세트장 여기가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고 느낌적 느낌을 말한다. 산세에서나 기후, 접근성 등에서 논산의 입지조건이 승(勝)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코로나 장벽을 넘어서 국내에서는 물론, 출품중인 칸 영화제 등 국제영화에서도 호평을 받아 세계적 영화로 발돋움한다면, 그 때 남 회장은 새로운 무대를 구상중이다. 숙진리 촬영장 만여평을 공원으로 만들어 논산의 새로운 명소, 세계적 성지로 조성해보고 싶다는 계획이다. 현재 초가집 생가는 촬영용 임시 건물이 아니다. 작년 고구마 수확철에 부창동성당 수녀 세 분이 숙진리 촬영지를 방문하였다. 그 중 한 분이 귀띔했다. “제가 김수환 추기경을 15년 모시면서 영정 사진 원본을 두 장 갖고 있는데, 하나는 생가 군위에 기증했고요 나머지 하나는 여기에 기증하겠습니다.” 

『바보별님』은 동화작가 정채봉이 쓴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로서 2019년도 개정판에서는 제목을『저 산 너머』로 바꾸어 달고 나왔다. 이 제목에서 보듯, 우리 주변에는 간혹 ‘바보’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름은 ‘바보공원’으로 생각중이란다. 김홍신 문학관에서 바보공원 얘기를 주고받던 KBS 예술국장 등 간부진도 ‘바보콘서트’를 진짜 바보공원에서 해보고 싶다는 의사표시로 화답했다. 

 

▲ 상월면 대명리 야생화 꽃동산에는 청보리밭길에 염소도 등장한다.     ©

 

상월면 대명리 꽃밭

 

숙진리에서 가까운 촬영지로 두 곳이 있다. 한곳은, 같은 상월면 ‘대명리 꽃동산’이다. 수환과 여자 친구 선자가 노니는 야생화 꽃동산이다. 청보리밭길에 염소도 등장하는 이곳은 계룡산 자락 대우리쪽으로 해서 진입한다. 내비에 “대명리 산34-1”로 검색하면 오리무중이다. 작년에 있던 꽃동산 좌우의 보리밭들이 없어지고 인삼밭으로 상전벽해돼 있기 때문이다. 와중에도 꽃동산은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소소하긴 하지만 작년에 심었던 화초들이 쭈삣쭈삣이다. 어디서나 쉬 볼 수 있는 산자락인데, 포인트는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꺽다리 소나무 하나뿐이다. 이 실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 장소가 왜 꽃동산으로 헌팅됐는지 다소 이해 됐지만, 실감은 덜 났다. 좌청룡 우백호 청보리밭의 증발 때문이다. 보리밭은 김추기경과 같은 광산김씨 김용두 연산농협조합장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이 장소가 영화촬영지로서 보존되지 않는 이상, 이제는 고부가치인 인삼밭이나 타작물로 가는 게 지당한 현실이다. 

 

▲ 호띠기 불면서 가는, 부적면 덕평리 극동통신 앞 개망초 등굣길     ©

 

부적면 덕평리 등굣길

 

추억산업은 스토리가 곁들여질 때에 더 빛 발하는 듯싶다. 숙진리 세트장에서 머잖은 또 하나의 길은 수환이 형과 함께 학교가는 길이다. 그 등굣길은 수수한 꽃길이다. 극동통신 정문 바로 앞 밭인 수환과 선자의 등굣길은 부적면 덕평리 20-3이다. 이 동네 이장 소유인 이 밭은, 계란꽃으로도 불리는 개망초 일색이다. 스쳐 지나가면 그냥 흰색 지천인 밭 한 가운데로 길이 하나 나 있다. 버드나무 가지 꺾어서 만든 호띠기로 피리 부는 장면도 오래된 추억소환이다. 그래서 등굣길은 풀피리길이다. 

 

▲ 은진복숭아밭     ©

 

은진면 복숭아밭과 서리

 

수환의 어린 시절 추억 소환은 복숭아 밭에서도 이루어진다. 수환이 복숭아 서리하던 과수원은 은진면에 있다. 영화속 복숭아밭은 은진면 방축리 356번지다. 서리 하면 참외서리가 더 비주얼하다. 참외 하면 떠오르는 성주참외, 그래서 수환의 고향인 경북이 더 제격이었으리라. 그런데 참외농사를 망친 터라 이제 대타는 색감있는 복숭아다. 대한민국에서 복숭아라고 하면 세종시 조치원이나 장호원을 으뜸으로 친다. 그런데 은진현 사람들은 ‘은진복상’을 들고 나온다. 복상밭은 남산리에 사는 이찬주 유림협의회장 도움도 받아 방축리쪽에서 헌팅하였다. 확정지는 촬영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어서 전기 등의 협조는 동네 인가의 도움을 받았다. 이 동네가 작년도에 마을단위에서 복숭아 축제를 처음 개최한 방축3리 한새마을이다. 여기 주민인 서정희 김치누리 대표는 최근 동네 곳곳에 복숭아캐릭터를 장식하였다. 영화속 복숭아밭의 실제 주인은 복숭아 노점상을 은진면 용산리에서 한다. 은진면은 아직도 복숭아밭 지천이다. 

“복숭아는 단단할 때 따야 제값을 받는데, 촬영으로 출하기를 놓쳤기 때문에 물러진 복숭아를 50박스 구매했죠.” 이 실장의 후일담이다. 촬영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최대한 보상해주는 게 원칙이지만 요구대로 100%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이번 영화 촬영이 비교적 순항을 거듭했던 것은 투자자 남상원 회장의 방대한 인맥 덕분이었다”고 이 실장은 강조한다. 숙진리 농협창고도 상월조합장이 협조해주었고, 양촌이나 벌곡에서도 면사무소나 시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순탄하였다고 한다. 스탭진이 최대로 많을 때는 120여 명였다. 그러고 보면 이 한 편의 영화가 나오기 위하여 논산까지 총동원된 기분이다. 단역이나 엑스트라 출연에도 논산 사람들이 대거 출연하였고, 곡식밭이나 꽃길, 흙길 조성에도 논산의 인력이 참 많이 동원되었다. 로케이션 장소 찾기나 족보 등 역사적 고증 작업에도 논산의 브레인과 향토 정보가 총동원되었다. 

 

 

 

 

 

 

논산이 동반상승할 호기 ‘바보공원’

 

대개 영화는 작가의 시나리오대로 찍는 편이다. 저산너머도 원본에 충실했지만, 김추기경 가문 연구가 급진전됨에 따라 사실(史實)에 입각, 다소간의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쳤다. 대건고등학교가 있는 논산땅에 김대건 신부의 등장, 추기경 선친 고향인 연산 가마터 발굴 등 논산의 지역 특성도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다. 주촬영지인 김추기경의 생가터 상월 숙진리는 물론 ‘저산너머’란 제목처럼 산 경치가 빼어난 벌곡 검천리, 탑정저수지 갈대밭, 강경 나바위성당 등 논산 곳곳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단역배우지만, 논산 사람들도 속속 입장한다. ‘저산너머 = 논산 영화’라 할 만큼 향토색이 짙게 배어 있다. 논산시에서도 소정의 홍보비를 지원해주었는데, 그만큼 논산영화이다. 

이제 남은 일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렇게 논산이 공들여서 출산한 영화가 흥행에서도 순항을 거듭하도록 십분 공감하고 그 공감 결과를 SNS 등으로 바이럴 마케팅해가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논산의 촉수를 총동원하여 발굴 개발해놓은 논산순례길을 이제는 현실세계에다가 세팅해 놓는 일이다. 순례길 7이 바보공원에서 출발하거나 바보공원으로 귀결토록 하는 일은, 어찌 보면 한없이 바보스러워도 보인다. 와중에 ‘저 산 너머’로 질문 하나 던져 본다. 이 혼탁한 세상 구원하는 자, 과연 누구인가? 바보인가..... 영웅인가.....

 

 

[헌팅설명] 이명훈 실장(워킹 어라운드) 

[동행취재]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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