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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기사입력  2020/03/25 [16:01]   놀뫼신문

 

논산 공간심에 책 덕후들이 모이는 독서모임 ‘심심방’이 있다.  3년 전 지역 주민 플랫폼으로서 학교 교사들 주축으로 시작한 모임인데, 이제는 IT개발자, 공무원도 합류하였다. 지난 20일, 심심방에서 18번째 함께 읽은 책은 카를로 로벨리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이다. 교양과학 서적으로 240페이지 분량의 만만찮은 책이다.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는 이 저자의 서적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와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펴냈다.

 

 

시간은 사건이다

 

먼저, 간만에 과학 도서를 펼쳐 보면서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다는 것이 아닌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는 소회를 밝히며 시작하고자 한다. 

책을 읽은 시간과 읽는 과정에서 알지 못한 중요 개념들(ex)엔트로피, 열역학 제 2법칙, 양자 물리/중력 등....)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다음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물론 지금도 헷갈리긴 하지만) 읽는 시간 만큼이나 검색과 조사하는 시간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한줄평은 간단하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한 줄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많은 노력을 쏟았다.

‘시간’이라는 소재는 고대부터 철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탐구 대상이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진리이자 척도였고 사람들은 이 시간이라는 것을 먼저 체감함으로써 이해하기 시작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며 새순이 돋다가 녹음이 짙어지고 떨어지며 메말라가는 이 일련의 서사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시간을 이해했다. 

시간과 그 화살의 기원이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저자의 말은 오만이다. 시간에 대한 이해는 300만년부터 시작된 인류의 역사와 같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지가 아니라 시행착오의 산물인 것이다.

어쩌면 인류가 세상에 대해 사고하기 시작한 그 시점이 바로 시간에 대한 탐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과 연구는 현재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였다. 독자를 힘들게 했고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인 ‘양자 물리학’과 ‘엔트로피’가 그것이다. 

양자 물리학에서 주장하는 시간의 개념은 양자로서 중첩(상호작용)이 발생한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그 증거로 제시한 것이 엔트로피이다. 엔트로피는 열이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이동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 상황을 측정하는 양을 가리킨다. 

보는 내내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과 열의 관계가 무엇이길래 시간을 증명하는 근거로 등장한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과거의 엔트로피와 현재, 미래의 엔트로피는 같기 때문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52p의 프록시마b 예시를 보면 다들 ‘인터스텔라’의 “23년간의 메시지”를 기억할 것이다. 우주라는 공간에 인간이 정의한 시간은 무의미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이 예시는 지금도 시계와 달력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혼란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은 동일하지 않으며 나에게 지금이 어딘가 있을 누구에게는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기준을 시간이 아닌 사건으로 바꿀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주는 강박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특정 시점이 지나면 발생하게 될 거스를 수 없이 진행될 이벤트들. D-day까지 우리는 남는 시간을 산출하고 그 과정에서 효율적인 분배를 하며 그것에 맞춰진 목표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 서사적이면서 기계적인 활동이다. 

그러나 사건 중심이라면 시간의 강박보다는 현 시점에서 어떤 사건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바뀌게 된다. 사건에 대한 취사선택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3부 마지막 부분에 과학적인 해설을 마치다 개인이라는 주체에 대한 내면적 성찰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건을 유발하는 동기 그리고 그것에 이끌리는 주체의 판단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첨언한 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준 편향성에 대해 지적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서 저자는 시간과 그 화살의 기원이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며 시간에 대한 우리의 무지에 권위를 부여하고자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을 인용한다. “시간은 변화의 척도”라는 것과  “아무 변화가 없을 때도 흐르는 시간이 있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플라톤은 “시간이란 현실세계의 불완전함을 나타낸다.”는 시간을 현상으로 이해한 철학자도 있었고 칸트는 “시간은 실체가 아닌 관념”이라고 이해했다. 동시대에 시간을 단순히 서사로 규정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언급은 왜 하지 않은 것인지 비판하는 부분이다. 

또 그의 주장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제논의 역설’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거북이보다 10배나 빠른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이동거리와 시간을 고려한 속도를 통해 증명했는데 그렇다면 프록시마b 행성의 거북이를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잡을 수 없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 김귀무(IT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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