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민 한국예총 논산지회장
요즘 핫하게 뜨는 예술가가 있다. 시대를 앞지른 가수 양준일! 우리는 그를 ‘시간여행자’라고 부른다. 1990년대 초반 출시되었던 20도 이하 소주는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 대세는 순한 소주이다.
소수의견과 시간여행
시대를 너무 앞서가 비극의 사이클에 휘말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거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노키아가 그런 경우였다. 한때 노키아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20%를 제패했던 핀란드, 그러나 노키아는 경영전략에서 실패하면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회사를 넘기며 몰락했다. 핀란드는 지난 10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등 장기침체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다가 반전이 일어난다. 노키아에 의해 축적된 기술과 인재들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400여개의 중소벤처기업을 세우며, 일자리를 늘리고 나라 경제를 다시 살리기 시작했다. 결국 노키아가 보유하였던 수많은 특허 기술로 오늘날 핀란드 경제 회복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시간여행은 법정에서도 일어난다. 국내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이 그런 경우다. 하급심 판결과 달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함께 기재된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을 대표하는 법정의견이지만, 미래를 예고하는 건 소수의견일 때가 많다. 실제 한 언론사가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으로 바뀔 때까지 걸린 시간을 분석했더니, 평균 7.3년으로 조사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소수의견이 시대 흐름을 바꾸고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을 바라보면 탄핵으로 몰락하며 명패만 남은 보수와 ‘진보 꼰대’ 소리를 듣는 생명력이 소진된 운동권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기는커녕 혁신의 발걸음도 떼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양극화 정치, 기득권 정치를 넘어서 사회 전반적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시간여행자(Time Traveler)’가 절실히 요구된다.
‘황명선 동고동락’의 시간여행
10년 전 논산에는 젊은 시장이 당선되면서 시장으로부터 ‘형님’ 소리를 듣는 호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젊은 시장이 한번 해봐라!”는 마음에서 시민들은 그에게 시장 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러나 황명선 시장의 시간을 앞서간 정치 철학에 많은 시민과 공무원들이 당황했다. 황시장은 “정치가 머슴이 되게 하고, 행정이 도우미가 되게 하는 자치, 바로 시민이 주인이다”는 정치철학을 들고 나왔다. 처음에는 그저 진보 정치인의 수사학적인 슬로건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점입가경, 그것은 어둠을 뚫고 새벽으로 가는 Back to the Future, 시쳇말로 시간여행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마을공동체가 복원되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리고 그 삶 속에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단순하게 운영하던 마을회관, 경로당을 마을 주민들의 공동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하여서 이웃간 따뜻한 정을 나누는 행복공동체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홀몸어르신 공동생활제,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교, 마을주민 건강관리 사업, 찾아가는 문화공연 마실 콘서트 등으로 사람사는 마을, 체온이 느껴지는 동네가 되어갔다.
황시장은 기존의 주민자치센터를 폐지하였다. 올해부터는 15개 전체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였다. 이는 주민대표기구로서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민 스스로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자치성을 보장하여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인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자치요 속은 관치였던 주민자치(住民自治)를 명실상부한 마을자치회로 부상시키는 중이다.
트럼프는 기회만 되면 ‘아메리카퍼스트’의 기치를 드높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이기주의는 찬·반 논쟁을 떠나서,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미국 다음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나라가 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이다. 주말 광화문 광장의 풍경은 태극기 부대의 성조기 물결이다. 모든 동맹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맹 자체가 아니고 국익임을 모를 리 없는 정치지도자들이 본인의 정치적 이득만을 위해 본인과 미국의 이익을 외치며, 대한민국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미국 대사는 조선총독부의 총독처럼 발언하기 일쑤다. 성조기도 모자라 요즘은 일장기도 등장했다.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해방 전후로 과거여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총선을 석 달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입으로만 혁신, 민생, 국민, 국가를 외치는 정치인들에게 돌직구로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 당신의 시간 여행은 어디로 향하는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흑암으로의 퇴행인가? 새벽을 여는 여명의 눈동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