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고
광고
논산시계룡시백제권 뉴스사회종합교육·문화농업·단체오피니언·사람들기획·특집정치종교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 찾기
전체기사보기
편집  2019.10.16 [02:05]
>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미술이야기:화가와 친구들]2.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이호억 중앙대학교 객원교수
기사입력  2019/05/22 [11:10]   놀뫼신문

 

▲ 이호억 중앙대학교 객원교수     ©놀뫼신문

 

 

나는 주로 제주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평화로운 어느 봄날, 사계절 출판사대표이자 복합문화 공간 에무의 관장인 김영종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의 작업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전시를 기획하고자 한다는 말씀이었다. 내가 펼치고 있는 일명 사생수묵(死生水墨) 작업의 핵심은 관념과 인식의 차원을 넘어 자연 속에서 몸으로 발견하는 내면의 얼굴이었다. 

나는 사람만나는 것을 애써 즐기지 않았고, 조용히 작업을 해오던 터라 모처럼 관장님의 제안과 말씀이 궁금하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관장님과 만나 식사를 하고 내 그간의 작업을 보여드렸다. 제주로 회귀 후 긴 통화와 늦은 밤까지 메신저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일개 화가일 뿐이었다. 내가 그토록 부정하고 의심하던 한국화의 역사적 책무와 민족에 대한 소명의식의 소환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나는 선생께서 언급하셨던 7세기 당나라화가 울지을승(尉遲乙僧)을 알지 못했으며 그가 사용하는 요철기법도 들은 바 없다. 마음이 아팠다. 내 작품을 지켜보고 새로운 면을 발견해주신 관장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무언가 상실했던 것.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와 마주하여 마치 이산의 아픔 끝에 포기와 자립을 택했던 나를 두들기는 수수께끼 같은 감정에 울렁임을 진정해야 했다. 

 ‘尉遲乙僧.’ 지필묵을 들어 그의 이름을 수차례 써내려갔다. 김영종 관장님은 <실크로드미술>의 저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역임한 권영필 교수와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 주수완 교수와의 만남과 대담을 주선코자 하셨다. 그분들과 내 작품에 대하여 이미 얘기를 나누었다는 말씀도 뒤따랐다. 제주 동쪽 끝 섬마을에 머물던 화가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 만남과 대담이, 그리고 이 전시가 오늘날 한국사회에 유의미한 움직임으로 남아야 했다. 대담에는 뉴욕에서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계신 김유연 선생도 참여하시기로 했다. 극적인 소식이다. 이역만리 미국에서 이 전시와 대담을 위해 귀국을 결정하셨음에 숙연했다. 

이번 전시와 대담의 큰 주제인 “이호억 작가의 한국화 작품을 컨템포러리 아트에서는 어떻게 평가 또는 해석이 되는가?”이다. 이에 따라 1부에서는 주수완 교수가 <중앙 유라시아 미술사에서의 울지울승의 요철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고, 김유연 큐레이터가 <왜 한국화에 주목하는가>로 강연을 진행한다. 2부 패널 토의에서는 권영필 교수, 주수완 교수, 김영종 관장, 그리고 김유연 큐레이터가 다시 한 번 “이호억 작가의 한국화 작품을 현대미술에서는 어떻게 평가 또는 해석이 되는가?”를 주제로 활발한 논의를 진행한다. 

‘울지을승’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오늘 반도의 한 화가와 어떤 연이 닿아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김영종 관장의 비평을 빌어 이 전시를 소개한다.

 

▲ 붉은 땅 붉은바위(萬山丹巖), 마천에 석채와 분채, 140x70cm, 2018     © 놀뫼신문

 

▲ 석가모니 고행상, 2세기 ⓒ 인도 라호르 박물관     © 놀뫼신문



김영종 '에무' 관장의 평

 

[붉은 얼굴]은 ‘뿌리’를 그린 그림이다. 요철의 필선으로 그려진 ‘뿌리’는 작가에게는 미완의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의 욕망과 요철의 필선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잠시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요철법의 화가로는 7세기 서역 사람 울지을승을 꼽는다. 그래서 요철법을 서역화풍이라고도 한다. 중국에 들어와 일세를 풍미하고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이다. 그는 불화를 그렸는데, 주인공뿐 아니라 화면 전체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울지을승의 요철법은 간다라미술의 자장 안에서 태어났는데, 불상 중 유일무이하게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있는 [석가모니 고행상]이 원류일 것이다. 문헌에는 울지의 요철화법이 ‘굴철반사’(屈鐵盤絲)를 특징으로 한다고 했다. 마치 ‘철사를 구부려놓은’(굴철) 것 같고, ‘실이 말려 있는’(반사)듯하다는 것이다. 

아주 쉽게 ‘굴철’의 필선을 알 수 있다. 반 고흐 작품 [별이 빛나는 밤], [의사 가쉐의 정원] 등을 보면 된다. 철사를 감아놓은 것 같은, 나무와 산과 집과 그리고 별들이 있는 정경. 

이 고흐 그림은 요철법 중 ‘굴철’이 사용됐다. ‘별이 빛나는 밤’이 어떻게 우리의 망막을 두드리는지 모르지 않는다. 그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없다. 왜일까? 보지 못하는 우리 능력 너머의 진짜 자연에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고흐의 손에서 흘러나온 굴철의 필선을 통해 넘실대는 우주 에너지를 만나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랑의 욕망과 요철법은 상관관계가 있다. 이호억은 요철법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가 자기 필선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직접 들어보자. 

“나는 입자로 이루어진 분말가루를 으깨고 섞어서 아교액과 배합해 그린다. 선이라는 명료한 구분의 장치가 아닌 입자로써 살아서 움직이는 감정을 묻혀내려는 의도 탓이다.”(작가노트)

바로 이 필선이 요철법을 표현하는 것이다. (지식에 구애 받지 않고) 그만큼 몸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반증이다. 이 작가의 정념은 명료한 구분을 가져오는 선에서는 충족되지 않는다. 가루가 묻어나는, 캔버스가 아닌 종이 위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감정’을 표현하려는 작가다. 굴철이 주도하고 반사로 채워나가는 붓질에서 ‘생명의 음양 관계’를 보인다.

이호억이 제주도로 가서 ‘위리안치’로 감정이입한 추사에게서 위로를 얻고자 그 유배지를 절실한 마음으로 배회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르나 ‘붉은 얼굴’ 필선을 보면 추사의 [세한도]가 떠오른다. 허나, 형태는 비슷하지만 전혀 성질이 달라서 분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위상수학에서는 구멍이 하나 난 도너츠는 같은 제과 종류인 찐빵과는 위상이 다른 반면, 도자기류인 손잡이 달린 컵과 위상이 같다. ‘붉은 얼굴’은 ‘세한도’와 같은 통속으로 눈에 들어오지만, 처한 처지도, 분노의 성질도, 추구하는 세계도, 표현기법도 전연 다르다. 추사 그림은 그 절창의 수준과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땅 속 뿌리의 욕망보다는, 보이는 세계의 성쇠가 우리를 압도한다. 니체를 빌리면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적인 차이다.

울지을승의 요철법은 고려불화에도 이어졌는데, ‘필의가 흐르는 듯하고 무척 섬려하다’고 원나라 탕후의 <화감>에도 나와 있다. 이로 볼 때 요철법은 불성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필법이 아닌가 한다.  

이호억은 불성이라는 북극성을 발견하고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태평양을 바라다보는 제주도에서 작업하고 있다. 바위를 움켜쥔 뿌리의 구애가 ‘오래된 미래’의 요철법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한편으로, 작가는 더 벼린 비수를 품고 항해선 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다. 

 <출처 : 김영종,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다>

 

▲     © 논산계룡신문

 

▲     © 논산계룡신문

 

▲     © 논산계룡신문



ⓒ 놀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여행] 가볼 수 없었던, 새롭게
광고
광고
광고
가장 많이 읽은 기사
논산시, 강경 상징조형물 및 버스정류장 준공식 개최 / 놀뫼신문
문재인 대통령, 11번째 ‘전국경제투어’ 충남 방문 / 놀뫼신문
돼지 열병 유입 차단 ‘2019 강경젓갈축제’ 전격 취소 / 놀뫼신문
논산시 2곳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총 922억원 투입 / 놀뫼신문
계룡시, 주요사업 성과 평가 실시 / 놀뫼신문
계룡시, 전국장애인기능경기 2명 메달 획득 / 놀뫼신문
계룡세계군문화축제, 전국 관람객과 함께 평화축제 펼쳐 / 놀뫼신문
논산시민아카데미 정재승 교수 ‘알기 쉬운 4차 산업혁명’ 10월 14일 강연 / 놀뫼신문
계룡시, 자연재난 대비 일제조사 / 놀뫼신문
도민 체감 혁신 우수사례 ‘논산시’ 최우수 선정 / 놀뫼신문
로고
개인보호정책회사소개광고/제휴 안내청소년보호정책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충남 논산시 시민로 402 (취암동)| Tel - 041) 733-4800~1 | Fax - 041) 734-5567
상호: 놀뫼신문 | 등록번호: 충남다01238 | 등록연월: 2006.06.30 | 발행인: 전영주 | 편집인: 전영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전영주
Copyright ⓒ 2007 놀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m4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