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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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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지나가는 겨울을 생각하며
시인, 논산문화원 부원장 권선옥
기사입력  2015/01/26 [10:01]   편집부

   
 
어느덧 겨울의 끝자락에 섰다. 겨울의 초입에 서서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걱정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 겨울이라는 터널의 출구에 서 있는 것이다. 기쁨과 영광에 끝이 있듯이 슬픔과 절망에도 끝이 있다.
솔로몬이 말했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다윗 왕이 반지를 만들라고 하면서, 승전해 기쁨이 넘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 넣으라고 했다.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궁중의 세공인은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에게 물었다.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답했다.

● 가난한 김 씨의 비굴한 웃음

겨울에 난 잡초를 보면 눈물겹다. 그 지독한 추위 속에서도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운다. 새삼 생명의 끈질김을,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지금도 우리 집의 싸리문 밖에서 서성이던 김 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김 씨는 우리 동네에서 아주 가난하게 살던 홀아비였다. 어린 자식들이 있었고, 몸은 허약했다. 그는 남의 집에 품팔이를 가면 일을 잘 하지 못했다. 내 생각으로는 몸이 허약한 탓도 있었지만, 그의 천성이 좀 게으르고 잔꾀를 부려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동네에서 일꾼을 얻다가 얻을 사람이 없을 때에라야 남의 집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우리 집 싸리문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분명 용무가 있긴 한데 성큼 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였다. 얼마 동안 뜸을 들인 뒤에서야 그는 쭈뻣쭈뻣 들어섰다.
그가 돌아간 뒤에 그가 우리 집에 온 이유를 알았다. 양식이 떨어져서 선품삯을 달라고 왔다는 것이다. 선품삯은 미리 품삯을 받아 쓰고 일철에 일을 해 갚는 것이다.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도 좀 후한 집이라야 선품삯을 주는 것인데, 일을 못하는 김 씨 같은 사람이 누구에게 선품삯을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 누구에게나 궁핍했던 시절이 있다

김 씨는 죽을 때까지 가난하게 살다 죽었다. 그리고 그 아들은 완전 성인이 되기 전에 의지가 없는 우리 동네를 떠나 객지로 나갔다. 다른 집 아이들은 성공해서 돌아와 으스대는데, 김 씨의 아들 소식은 그 뒤로 동네에 전해지지 않았다. 가난하게 살던 아버지의 흔적 때문에 외면하는 건지, 아니면 가난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까마득하게 먼 지난날의 일이건만 나는 아직도 김 씨의 비굴한 웃음과 힘없는 걸음걸이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그가 겪었을 온갖 수모와 고통은 짐작뿐이다. 가난했던 그가 흘렸던 눈물과 신음은 알 길도 없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찡하다. 가난은 인격도 말살한다. 가난을 미화하여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가난하게 살지 않았거나, 이제는 가난에서 벗어나 그 시절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사람이다.
이번 겨울은 그리 혹독한 추위가 없었다 한다. 또 이제 며칠이 지나면 입춘이 된다. 그러나 우리 동네 김 씨 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겨울이었을 것이다. 지금 가난하지 않더라도 그 아버지, 할아버지로 거슬러 올라가면 누구에게나 궁핍했던 시절이 있다.
기나긴 겨울밤, 어느 하루는 가난을 벗어난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나게 해 준 그 사람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은 추운 이 겨울이 어서 지나가기를, 또 벅찬 이 가난과 신고(辛苦)의 시절이 지나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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